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고작 0.1%에 머물며 연간성장률이 2.0%를 간신히 기록했다. 애초 예상치인 2.2%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3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이다. 지난해 1분기엔 1.3%로 ‘깜짝 성장’했지만 2분기엔 -0.2%로 역성장했고,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0.1%씩을 기록한 것이다. 9개월동안 경제가 거의 멈춰선 것이나 다름없다. 12·3 계엄사태 여파가 크지만 단순히 정치적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내수부진 탓이 큰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한은은 작년 11월 전망할 때는 4분기에 민간소비가 0.5% 성장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실제로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는 무려 -3.2%의 역성장을 기록해 4분기 성장률을 0.5%포인트나 끌어내렸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65%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애초보다 0.2%포인트 이상 낮춰 1.6~1.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혼란이 진행형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과 함께 수출환경이 나빠질 우려에서다. 당장 식어가는 경기에 긴급처방이 필요하지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지역화폐 국고지원금’ 등 20조원 이상의 추경을 요구하고 있고, 여당은 “포퓰리즘 추경, 선거용 추경은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어 ‘골든 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의 고착화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소비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성장모멘텀도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상경계열 교수 111명에게 ‘피크 코리아(Peak Korea)’에 동의하냐고 물었더니 3명 중 2명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데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무엇보다 혁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해온 대로 아파트 공급에만 매달려선 풀기 어렵다. 미래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인프라 건설 등으로 활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일본 도요타가 추진 중인 첨단 기술 도입 ‘우븐 시티’ 같은 스마트시티 건설은 친환경 미래형 도시로의 전환은 물론 고용 창출과 산업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파급효과가 크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 프로젝트들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푸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