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왕의 권위와 통치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옥새(玉璽=국새)는 사대교린의 외교문서 및 왕명으로 행하여지는 문서 결재에 사용되었고, 왕위 계승 땐 정권교체의 징표로 물려주었다. 요즘 기준으로 인장에 불과하다고 할지 몰라도 왕조시대엔 국왕 행차때 행렬의 맨 앞에서 봉송될 정도로 위엄의 상징이기도 했다.

옥새가 없으면 문서나 명령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옥새=정권’으로 인식됐으니, 반정세력에겐 권력찬탈의 필수품이었다. 고려 공민왕 11년 이성계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킬 때 맨 먼저 챙긴 것이 옥새와 금은동인(金銀銅印) 등 인장류였다. 친일파가 강제합병의 징표로 옥새를 일제에 넘기기도 했다.

옥새에 대한 애착은 중국 권력층 사이에 더 심했다. 전제군주 루이14세의 ‘왕권신수설’처럼, 진시황이 수명어천(受命於天:하늘의 명을 받음)을 새겨 처음 만든 옥새는 한(漢)의 유방이 물려받고 후한의 창시자 광무제까지 순조롭게 전달됐다. 후한말 환관의 난 때 분실됐던 옥새는 ‘동탁 군부 정권’을 타도한 연합군 장수 손견에게 우연히 발견된다. 손견은 반납하지 않고 왕이 되려다 같은 연합군 원술측 장수에게 피살된다. 가까스로 옥새를 챙긴 손견의 아들 손책은 옥새를 원술에게 담보로 맡기고 군사를 얻어 강동의 패권자가 된다.

제5대 국새가 최초로 날인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새로 제작한 제5대 국새를 '저축의 날'에 '국민훈장목련장'을 수상하는 황순자씨 훈장증서에 첫 날인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국새는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5급이상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훈장증과 포장증, 중요 외교문서등에 날인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제5대 국새가 최초로 날인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새로 제작한 제5대 국새를 '저축의 날'에 '국민훈장목련장'을 수상하는 황순자씨 훈장증서에 첫 날인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국새는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5급이상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훈장증과 포장증, 중요 외교문서등에 날인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제5대 국새가 최초로 날인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새로 제작한 제5대 국새를 '저축의 날'에 '국민훈장목련장'을 수상하는 황순자씨 훈장증서에 첫 날인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국새는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5급이상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훈장증과 포장증, 중요 외교문서등에 날인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제5대 국새가 최초로 날인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새로 제작한 제5대 국새를 '저축의 날'에 '국민훈장목련장'을 수상하는 황순자씨 훈장증서에 첫 날인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국새는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5급이상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훈장증과 포장증, 중요 외교문서등에 날인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원술은 황제가 버젓이 있는데도 옥새를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황제로 즉위해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훗날 위나라 황제에 오르는 조조에게 빼앗기고 만다. 3국시대가 정립되자 촉나라, 오나라도 각기 옥새를 만들어 ‘3개 옥새 시대’가 된다. 옥새가 다시 하나 되기까지 엄청난 피를 흘려야 했다.

옥새는 궁궐에서 쫓겨난 청나라 왕자가 외세와 결탁해 아버지를 상대로 반정을 도모한다는 내용이 담긴 영화 ‘상하이 나이츠’ 소재로도 쓰였다. 권력욕의 상징이다보니 이놈 저놈 가지려 대들다 자주 분실된다. 조선왕조 27대 왕을 거치는 동안 옥새들은 분실되면 또 만들기를 거듭했건만, 현재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왕조도 아닌데, 대한민국 건국후 1949~1962년 사용된 1대 국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1965~66년 담당부서 바뀔 무렵 사라졌다고 추정한다. 그걸 가져다 뭐에 쓰려고 했는지…. 역사를 돌아보면 옥새 탐욕을 부린 자는 어김없이 불행한 운명을 맞았는데….

국민이 주인인 지금 옥새의 실체인 ‘통치’의 의미는 별로 없다. 귀를 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다가가 국민에게 마음의 도장을 찍는 사람이 국새의 사용자이다. 왕을 뽑는 대선이 아니다. 요즘 시대, 행여 왕 노릇 하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국새 사용자가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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