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증거조작… ‘거악척결’ 명성 먹칠

‘거악(巨惡)을 잠들게 하지 않는다’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

한때 성역 없는 수사로, 신화적 존재로 각인됐던 특수부가 최근 몇 년 새 폐지론에 시달리고 있다. 특수부의 수사에 ‘정치적 음모’라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던 1970~1990년대 일본은 기업과 정치권 간의 대형 비리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나라의 대검찰청 중수부와 마찬가지로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소수 정예 부서인 특수부는 그 시절 유일한 권력부패 견제장치였다.

1976년 미 록히드사 항공기 로비 사건 때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시켰고, 1988년 인력 컨설팅업체 리쿠르트의 뇌물성 주식 양도사건 때는 현역 총리인 다케시다 노보루를 사임시켰다. 이어 1992년 택배회사 사가와규빈 사건 때는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를 낙마시켰다. 이렇듯 일본을 뒤흔든 대형 정치스캔들을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특수부는 곧 정의’라는 공식을 만들게 됐다.

하지만 한국 검찰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자주 거론되어 온 도쿄지검 특수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계 거물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 기소사건이 대표적이다. 오자와 대표는 2009년 비서들이 정치자금 관련 장부를 허위로 기재토록 승인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특수부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그를 불기소 처분했다. 결국 시민심사기관인 검찰심사회에 심사를 맡겨 강제기소 결정이 내려졌지만, 특수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오자와를 불기소 처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가 오자와의 전 비서를 심문한 수사 보고서를 오자와에게 불리하게 거짓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에는 오자와를 몰락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쏟아졌다. 이래저래 양쪽에서 욕을 먹은 꼴이다.

산케이신문의 검찰출입기자 이시즈카 겐지가 쓴 ‘도쿄지검 특수부의 붕괴(2010년)’라는 책은 이 같은 일본 특수부 검찰 신화의 몰락을 날카롭게 지적해 충격을 줬다. 책은 “증거가 있으면 기소한다”는 원칙을 따랐던 특수부가 이제는 시나리오를 설정해서 증거를 조작하는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특수부의 관료화로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는 점도 꼬집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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