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7회> 사랑을 위한 의식 (35)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이런… 바지가 왜 이래?”
유호성은 본격적인 합체를 위하여 꼴뚜기 짓을 시작하려했지만 웬걸, 바지가 아직 무릎에 걸려있는 상태였다. 마치 전봇대를 붙잡고 고무신 속의 잔 돌멩이를 털어내는 것처럼… 그는 예원희의 허리를 부여잡은 채 외발로 서서 한 쪽 다리를 털기 시작했다.
바지 가랑이 한 쪽이 벗겨져나가자 그런대로 스포츠섹스에 돌입할 만한 자세를 취할 수는 있었다. 아직 나머지 한 쪽 다리에 바지가 걸려있는 상태였지만 아무러면 어떠랴. 그는 칼을 뽑아 든 전사처럼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천천히… 천천히 하세요.”
헐레벌떡… 급히 서두는 모습이 감은 눈으로도 감지되었는지 그녀는 유호성을 찬찬히 어르기 시작했다. 무릇 스포츠섹스의 미학은 디테일에 있는 것. 콧김이 뜨거워졌다고 해서 미세하면서도 구체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저돌적으로 덤벼드는 것은 차후에 한숨을 초래하게 될 뿐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게요. 천천히 합시다. 그런데 이 바지 가랑이는 벗을 때마다 어째서 발목에 걸려 빠지질 않는 걸까?”
“마음이 급해서 그럴 거예요. 천천히… 급할수록 에둘러 가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하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도 있어요.”
하지만 염화시중의 미소라, 말은 그렇게 했어도 먼저 후끈 달아오른 사람은 예원희였다. 그녀는 몸을 기역자로 꺾은 자세에서 두 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는데… 곧 몰아닥칠 후폭풍에 단단히 대비하는 자세가 분명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몰라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원하는지는 알아요?”
“몰라요!”
물론 대답을 듣고자 해서 묻는 말은 아니었다. 합체를 이루는 순간의 동물적인 행위에 인간적인 요소를 대충이나마 버무려보자는 알량한 통과의례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통과의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외마디 소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내가…”
“아앗, 왕자님!”
“당신을… 으윽!”
“아학, 아학!”
이쯤에서 잠시 머리를 식혀보도록 할까? 대선을 40여일 앞둔 상태에서 정치계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 협상이 거론되는 중이었다. 대선 후에 신당 창당을 이루자는 말도 흘러나오고, 이른 시일 내에 공동정책을 제시하고 단일화 방식을 정하자는 의견도 솔솔 새어나오곤 하는 중이었다.
서로 대권에 도전하는 두 세력을 하나로… 이른바 합체를 하겠다는 말이니 그 방법과 과정이 쉬울 리 없었다. 따라서 두 후보 중의 한 명은 협상에 앞서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한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과감히 받아들이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받아들일 건 과감히 받아들이고 줄 것은 아낌없이 주자는 말과 일맥상통한 주장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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