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스타, 잘 되는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요즘 가장 ‘핫’(hot)한 토크쇼다. ‘무릎팍도사’의 부록 격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본판으로 올라와 토크쇼의 대세가 됐다. 마이너, 마니아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 메이저 위치에 올랐다.

무형식이지만 자연스레 형식도 갖춰졌다. 예의 차리는 질문은 아예 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끼리 서로 공격하는 유머를 구사하는 분위기다. 이를 윤종신은 “먹이를 보면 달려드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말로 계속 물고 늘어진다. 게스트도 이제 ‘라스’가 공격할 것이라는 점을 안다. 시크릿의 한선화가 “라스, 너무 독해요”라는 리액션이 어울리는 곳이다.

먹이를 보면서 달려드는, 게스트에 대한 공격 같지만 사실은 게스트가 재발견 되는 곳이다. 격식 차리지 않고 게스트의 특징과 성향과 재주가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별로 웃기지 않고 존재감이 없던 사람이 자신과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면 크게 웃기는 것과 비슷하다.

친밀감과 애정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없는 사람보다는 격식을 갖추지 않고도 본질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김태원, 김응수, 이준, 데프콘이 재발견됐다. 물론 개인기와 같은 ‘자가발전’으로 자신을 부각시킨 점도 없지는 않지만 다른 토크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특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MC들이 게스트의 팩트에 대해 격의 없이 비교적 솔직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이전 토크쇼의 성패는 출연자의 ‘급’에 크게 의존했다. 김태희와 장동건에게 좀 나와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출연했던 ‘박중훈 쇼’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누구냐’가 아니라 ‘어떻게’가 관건이었다.

‘라스’는 김구라가 없어도 4명의 MC 조합이 좋다. 이것은 MC 개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안 된다. 이 조합과 포맷을 살려내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게스트와 MC가 이야기하는 것도 살려내지만, 효과와 자막으로 이를 살리는 연출 효과, 거기에 처음에는 과도한 느낌도 주었지만 지금은 유효적절해진 CG 실력이 만만치 않다. 박정규 PD와 황선영 작가의 내공과 감각이 한몫한다. 그러니 이들은 위기에 강하다. 강호동의 하차로 ‘무릎팍도사’를 할 수 없어 ‘라스’가 75분으로 편성되고, ‘라스’의 1등공신 김구라가 나가는 등 몇 차례의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위기가 언제 있었는지 모를 정도다.

윤종신은 국문학도답게 이야기에 강하다. 디테일도 있다. 게스트를 살짝 까는 것 같지만, 자신이 그런 상황에 빠지는 것을 즐긴다. 게스트에게 멍석을 잘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전학생’ 유세윤은 꽁트식 상황극을 토크쇼와 연결시킨다. 초기에는 안 어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빵빵 터진다. 처음에는 ‘개코원숭이’ 흉내와 같은 개인기가 토크쇼의 흐름과 분위기를 깨기도 했다. 별다른 맥락 없이 나온 개인기였기 때문이었다. 요즘 유세윤의 개인기는 그런 게 아니다. 상황과 맥락 속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와 분위기를 띄운다.

규현은 독한 질문을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방패막이가 있다. 김구라를 사부로 피규어(figure)까지 모시며 그의 아우라를 연결시키는 규현은 독한 이야기를 해도 ‘캐릭터’로 전환된다. 최근에는 유세윤과 규현의 맹활약으로 김구라의 공백을 보완해주고 있다.

김국진은 삼천포로 빠지는 토크를 원상태로 돌리는 정리형 토커다. 말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전영록’ 등 10년도 지난 개그를 하며 자신의 감성으로 웃기기도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이다.

프로그램 말미에서 규현이 게스트에게 “○○○에게 ○○○란?” 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김국진이 종합적인 ‘정리 멘트’를 한 후 “여러분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이라고 말하는 것도 ‘라스’의 일부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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