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29일은 추석을 보낸지 꼭 한 달 지난 음력 9월 보름이다. 날씨가 맑으니 남산위에 뜨는 쟁반 같이 둥근 달을 볼 수도 있겠다. “달 달 무슨달...” 아동문학가 고(故) 윤석중 님의 동요 ‘달’을 읊조리다 보면, 늘 ‘시월 달’이 함께 떠오른다. 동요 ‘달’은 남녀노소 모두 알겠지만, 이 동요를 패러디한 ‘시월 달’을 아는 사람은 40대 미만에선 적을 것 같다.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의 내용은 이렇다.
“달 달 무슨 달, 시월(十月)달은 노는 달, 언제 언제 노나. 1,3,9,24 놀지.”
1970년대 설날은 법적으로(1985년에야 ‘민속의 날’ 공휴일로 부활) 아예 못 놀았고, 추석(1989년부터 사흘연휴 시행)도 하루만 쉬었다. ‘절(節)’ 자가 들어가는 4대 국경일을 제외하곤 공휴일이 별로 없었기에 주말을 제외하고 나흘이나 쉴 수 있는 10월은 노동자들에게는 여름휴가 다음으로 큰 휴식기였다. 고단했던 시절이었다.
‘노는 시월달’이 여느 달의 휴일 수와 비슷하게 된 것은 1991년부터이다. 유엔 창립을 기념하는 10월24일이 1976년 공휴일에서 제외됐지만, 휴일 폐지에 대한 공감도 있었고, ‘노는 달’이라는 대세에 별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1991년 10월1일 국군의 날과 9일 한글날이 한꺼번에 사라지자 국민의 아쉬움은 컸다. 너무 많이 놀면 국가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것이 10월 법정공휴일 대량 폐지의 이유였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노는가. 토ㆍ일요일 103~105일에 14~16일의 법정공휴일(선거일 포함)을 합치고 주말과 법정공휴일이 중복되는 날을 빼면 110~120일 가량 쉰다. 서양 주요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비해 2~10일 적다. 얼핏 별 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연간 근로시간을 보면 OECD국가(2010년 기준) 중 한국은 2200시간에 육박해 2위 칠레에 비해 125시간, OECD평균에 비해 무려 444시간이 많은 1위이다.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환산하면 2위보다는 15일, OECD평균보다는 55일 더 근무하는 셈이다. 하루 노동시간의 길이도 조금 다르거니와 다른 나라는 법정 공휴일과는 별도의 긴 휴가를 몇 차례 즐기기 때문이다. 근면하고 성실한 대한민국인 만큼 1위가 당연하다고 느끼면서도, 샐러리맨에게 그 1위가 달갑지만은 않다.
2013년엔 설 연휴가 주말과 겹치는 등 ‘악재’가 몇 개 있어 올해보다 2일 덜 쉰다고 한다. 새 달력을 받아보고, “새 대통령도 취임할텐데 달력은 왜 이 모양이야?”라고 잠시나마 기분 언짢을 수도 있겠다.
‘예전에 놀던 달’ 시월이 가기전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질 일이 생겼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글날 공휴일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청원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정부기구 수장이 비정부기구 캠페인에 뛰어들어 다른 부처 행정조치의 개선을 요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한글날은 1991년 공휴일에서 빠졌지만, 2005년 국경일로 승격했다. 필부필부 입장에선 아리송한 정부의 처분이었다.
최장관은 국민 생각을 아는 듯 하다. 국경일엔 쉬어야 그날의 고귀한 뜻을 더욱 강하게 기린다는 점을 말이다. 세종대왕도 즐겁고, 노동자도 즐거울 일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한글날 공휴일화에 긍정적이어서, 내년엔 오래전에 입었던 바지에서 만원짜리 한장 발견하듯, 기분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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