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그위에 나는 놈 SNS 등 이용기법 눈부신 진화
소액 단타·고액 상한가 시세조종 개미들 따라붙으면 치고빠지기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초단기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전업투자자 A 씨와 B 씨를 검찰에 고발 및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이들은 일단 한 계좌에서 현재가나 직전가 대비 1호가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먼저 사들였다. 주로 주가 변동이 심한 정치 테마주 등이 대상이 됐다. 그리고는 다른 계좌에서 1초당 수차례의 1주 또는 10주씩 수백회의 시장가 또는 상한가 매매주문을 제출하고 혼자서 주식을 사고파는 가장매매를 했다. 이른바 ‘틱떼기’ 수법이다. 늘어난 거래량에 일반투자자가 달라붙어 주가가 오르자 이들은 미리 사둔 주식 전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냈다. A 씨는 이런 수법으로 4개 종목에 대해 12만3873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내서 1억5000만원 가량의 부당 이득을 냈으며, B씨 역시 ‘틱떼기’로 12개 종목에서 3억5500만원의 수익을 가져갔다.
증시 ‘작전’도 그 기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작전세력 구세대가 ‘뛰는 놈’이었다면 최근의 작전세력은 그야말로 ‘나는 놈’이다.
작전 구세대는 돈을 대는 ‘쩐주’와 기획자, 작전을 지휘하는 ‘주포’, 그에 맞춰 주식을 매매하는 ‘사이드포’ 등 최소 5명 이상이 모여 작전을 실행했다.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작전’에서 나왔던 방식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젠 나홀로, 또는 2~3명의 소수 인원이 며칠간 소규모로 치고 빠진다. 업그레이드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메신저, SNS 등을 활용해 작전의 몸집은 작아졌고, 속도는 빨라졌다.
신종 작전수법인 ‘틱떼기’와 ‘상한가 굳히기’ 등도 이런 흐름속에서 가능했다.
틱이란 호가 하나 단위를 말한다. 틱떼기는 주식의 가격을 틱인 10원, 20원씩 높여 주문해 거래량을 늘리는 수법이다. 주식을 주문할 때 현재가보다 10원 높여 주문하든, 100원을 높여하든 거래량은 똑같이 1회다. 작전세력은 이를 이용했다. 한번에 100원을 올리지 않고, 10원씩 높여 10번의 주문으로 거래가 활발히 되는 것처럼 꾸민 후 일반투자자가 따라오면 치고 빠진다. HTS에서 특정 주식의 매매를 단축키로 입력한 후 반복해 두드리기만 하면 1분에도 수백회의 거래가 체결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짧은 시간 소규모 주문을 반복 제출해 시세를 상승시켜 다른 투자자의 매매를 유인하는 것은 관련 법령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 행위”라며 “이런 방식을 새로운 투자기법으로 오인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한가 굳히기 역시 대규모 주문량으로 일반투자자를 현혹한다. 우선 당시 매도물량의 2~3배에 달하는 규모의 상한가 매수 주문을 내 물량을 거둬들인 뒤 지속적으로 상한가 주문을 제출해 장이 끝날 때까지 매수세가 강하게 보이도록 한다. 다음날 일반투자자가 추종매수에 나서게 되면 작전 세력은 전량 매도하고 차익을 챙긴다. 특히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 정치테마주의 경우 상한가 굳히기 수법이 많이 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이 아닌 선물ㆍ옵션도 작전의 대상이다. 증권사에서 선물옵션 운용역으로 근무했던 한 트레이더는 가장매매 주문을 분할해 반복 제출하는 방식으로 코스피200 선물 3개 종목과 코스피200 옵션 16개 종목의 시세를 움직여 8억원이 넘는 이득을 봤다. 수십초에서 수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포지션 구축→가장매매→포지션 청산’의 과정을 반복했다. 이 트레이더 역시 지난 8월 말 검찰에 고발됐다.
물론 전통적인 작전수법인 허위 호재나 악재를 퍼뜨리는 ‘재료매매’도 여전하다. 차이점이라면 그 재료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해졌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정보접근력도 뒤지지 않게 되면서 웬만한 재료로는 주가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선후보와의 사진 조작은 물론 ‘북한 경수로 폭발’ 루머처럼 거의 테러범죄 수준의 작전으로 코스피지수 자체를 출렁이게 한다.
<안상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