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에 당한 어느 공무원의 피눈물

인터넷 카페서 주식고수 알게돼 친척·친구·직장동료에 돈 끌어모아 대박의 꿈이 결국 쪽박…가족 파탄까지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15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그의 커피잔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약속시간에 착오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을 햇살이 참 행복해보입니다”며 모든 걸 체념한 듯한 말투로 자신의 참담한 처지를 풀어나갔다.

한때 남들이 부러워하던 6급 연구직 공무원 심규호(가명ㆍ41) 씨는 주식투자로 재산은 물론 직장과 가정을 잃고 신용불량자의 낙인까지 찍힌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깊은 한숨으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저 같은 사람도 신문 인터뷰 대상이 되나요?”

심 씨는 “실패 사례도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하지만 주식투자로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아이 학원비라도 벌 생각에 주식투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50주로 시작한 ‘주식 생초보’ 심 씨는 곧 수백%의 수익률 종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점심시간과 퇴근 이후에는 증권방송 시청과 증권정보사이트 서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심 씨는 2009년 봄, 인터넷 주식카페에서 ‘OO아빠’라는 주식 고수를 알게 됐다. 그는 “OO아빠가 알려준 코스닥 관리종목 W사로 처음 한 달 동안 120%의 수익을 올렸다”며 “주식을 매도하고 계좌에 찍힌 돈을 보고 흥분했다”고 전했다.

이후 3개월 동안 코스닥 P 사, D 사, B 사 등으로 월평균 50%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OO아빠의 정보나 분석은 탁월하다 못해 ‘주식의 신’ 같았죠. 점점 그의 말을 맹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OO아빠는 전직 증권맨으로 지금은 강남의 한 부티크(소규모 사설투자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며 “강남 큰손들 돈을 관리하다 보니 고급 정보가 많았다”고 전했다. 500만원으로 시작한 심 씨의 주식 투자자금은 그 사이 4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투자자금과 함께 욕심도 늘었다. 목표는 아파트 잔금으로 바뀌었고 부모와 처가식구, 친구들과도 주식 정보를 공유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긁어모아 5억원이 넘는 자금을 주식에 몰아넣었다.

이 순간 주위의 시선을 모을 정도로 깊은 한숨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딱 한 번만 더하고 그만두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때부터 급락하는 주가 그래프처럼 그의 삶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OO아빠에게 추천받은 J 사 주식은 30%가량 오른 뒤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OO아빠는 ‘개미를 떨궈내기 위해 잠시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 자원개발이 공시로 나오면 주가는 날개를 달고 날아갈 것’이라고 심 씨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결국 매수가보다 25% 하락한 가격에 주식을 매도했다. 이후 D 사, C 사의 주식을 거치면서 주식 손해율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한 방만 터지면 그까짓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도 너무 불안했다.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집 담보대출과 회사 동료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OO아빠가 관리종목이던 A 사 주식을 심 씨에게 권했다. 비상장사인 바이오기업 B 사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우회상장하면 ‘황제주’로 돌변할 것이라는 달콤한 얘기와 함께.

그러나 대박의 기대는 큰 충격으로 돌아왔다. 심 씨는 “A 사 전 대표가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주가 조작과 허위 공시 등의 악재가 쏟아져 나왔다”며 “주식을 팔려고 해도 팔 수 없는 수렁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A사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고 수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심 씨는 원금의 5%도 안되는 돈만을 건졌다.

심 씨는 “돈을 빌려준 직원과 말다툼하다가 회사에서 주식투자 사실을 알게 됐고 공무원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은 본가와 처가댁에 보내놓고 아내와 법적 이혼 후 식당일을 하고 있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직장을 잃은 후 자포자기하며 죽을 생각도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다시 힘을 내고 있다”면서 “주식투자를 몰랐던 그때가 그립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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