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0회> 모든 길은 하나로! (39)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10년은 공부해야 어떤 일이든지 제대로 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도가 트이는 순간은 0.1초의 찰나에 해당할 뿐이다. 이를테면 벼락이 내려치는 짧은 순간에 번쩍! 하며 제 정신을 찾을 수도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10년 공부 끝에 도를 깨우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참 이상도 하지… 남이야 이혼을 하든 말든, 재산이 반 토막 나도 내 재산이 토막 날 뿐인데…”

“그런데요?”

“어째서 현 양이 나보다 더 적극적이냔 말이지.”

“그야… 두 말하면 잔소리지요. 내가 다른 누구보다도 회장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어요?”

“다른 누구?”

“…사모님 말예요.”

“그건 말이 되는 군. 하지만 내 마누라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어. 내 재산을 사랑했다면 혹시 모를까. 그와 마찬가지로… 현 양도 내 재산을 사랑할 뿐이라는 느낌이 간혹 들기도 한단 말이지.”

“어머, 어쩜 그런 말씀을!”

“현 양이 나를 진정으로… 손톱만큼이라도 사랑했다면… 평생을 내 마누라로 살아온 여자를 그토록 쉽사리 죽일 생각은 하지 못할 거란 말이오.”

“회장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어린아이도 아닌데… 그렇게 변덕을 부리시면 어떡해요? 그럼 여태껏 저와 회장님 간에 쌓아온 감정은 뭐지요? 우린 여태껏 소꿉장난을 해 왔던 건가요?”

“그렇게 조목조목 따지지 말아요. 골치 아파. 난 그냥 마음 흐르는 대로 생각하고 얘기했을 뿐이니까.”

“회장님, 제발 정신 차리세요. 사모님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잖아요? 여기 남아공을 떠나면… 더 이상 그런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낼 수 없을 거예요. 그러면 회장님은 어김없이 이혼하게 될 것이고, 예상했던 대로 재산이 두 토막 나고야 말 거라고요. 그뿐인가요? 사모님은 그 많은 돈을 펑펑 써대면서 다른 남자와 깨소금 볶는 냄새를 풍기면서 알콩달콩 살겠지요?”

현성애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이야말로 남자들 마음을 움직이는 그녀만의 현란한 무기였다. 아무리 쇳덩이처럼 단단한 심성을 지닌 남자라 하더라도 그녀의 눈물엔 녹아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현 양이야말로 정신 차려야겠어. 현 양이야말로 큰 실수를 하는 중이라고.”

그의 한 손에는 미니 바에서 방금 꺼낸 위스키 병이 들려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그가 엄지손톱으로 스마트폰의 단추를 누르자 문자메시지가 다시 액정 위로 떠올랐다. 물론 신희영의 사주를 받아 강준호가 대신 찍어 보낸 그 메시지였다. 이를테면 연적이나 다름없는 강준호의 메시지는… 볼수록 거칠었다.

‘추억을 장식해? 염병 떨고 있네요.’ 어쩌고… 문자 메시지는 한참을 더 이어졌지만 유민 회장은 더 이상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 문장 한 줄마다 배신과 조롱과 멸시가 담겨있는 듯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제가 무슨 실수를 하고 있나요?”

눈물 흘리기를 멈춘 현성애가 이렇게 물었고 유민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외친 무언의 대답이었다.

‘난 이제 알거지가 된 놈이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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