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9회> 모든 길은 하나로! (3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아직도…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을 이곳 레전드 골프장으로 초대하오. 여긴 참으로 경치가 좋은 골프장이라오. 당신과 마지막 추억을 장식하고 싶소.’
이 얼마나 촌스러운 어투인가? 아직도 사랑하는 당신? 하지만 마지막으로 아양을 떨어야만 할 것이란 강박에 빠진 유민 회장으로서는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훌륭하게 구사한 명문장이었다.
전혀 사랑하지 않는 아내 신희영을 레전드 골프코스로 유인해 오기 위해서는 이런 사탕발림으로 시작되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써야만 했다.
“잠깐… ‘아직도’를 ‘여전히’로 고치세요. 그래야 부드럽고 감칠맛 나도록 아내를 사랑하는 기분이 든다고요.”
“나는 전혀 그 여자를 부드럽고 감칠맛 나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잘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제 발로 헬기에 타고 레전드 골프코스 19번 홀에 올라갈 때까지는 천하제일의 공처가가 되어야만 해요.”
“알았어요…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에게!’ 내 참 더러워서.”
“더러워 할 입장이 아니라니까요? 법원에서 이혼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나는 순간 회장님 재산은 반 토막… 뚝!”
“알았다고! 그러니 입 좀 다물어요.”
곧 이혼하게 될 아내 신희영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동안에도 유민 회장은 밸이 꼬이는 기분이었다. 죽자니 청춘이요 살자니 인생이라… 생겨먹은 배짱대로 튕기자니 반 토막 날 재산이 아까웠고 현성애가 시키는 대로 하자니 밸이 꼬여 신물이 토해져 나올 지경이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것은… 문자를 보내는 유민 회장 쪽의 풍경이었고, 막상 문자를 받아보는 신희영 쪽의 풍경은 더더욱 가관이었다. “사랑? 그 말에 한 번 속았으면 그만이지… 이런 유치한 짓거리 하는 걸 보면 뱃속에 꿍꿍이가 들어있는 게 분명해.”
그녀는 이렇게 중얼대면서 장문의 메시지가 담긴 스마트 폰을 강준호에게 들이 밀었다. 답장을 쓰든 욕을 하든 마음대로 하라는 지시였다. 왜 스마트 폰을 강준호에게 넘겨주었냐고? 그야 두 말하면 잔소리… 남편 유민보다야 당신 강준호를 더욱 사랑한다는 무언의 제스추어였다.
‘추억을 장식해? 염병 떨고 있네요. 때는 늦으리~ 우린 내일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잘 먹고 잘 노세요.’
강준호는 엄지손가락을 꼬물거려서 이렇게 답전을 보냈다. 간단명료하게 유민 회장에게 장을 지진 꼴이었다.
이런 기막힌 답장이 날아들자 유민 회장은 맥이 쭉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비싼 항공권을 끊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온 이유를 되짚어 보아야만 했으므로… 그 첫 번째 목적은 신희영을 해코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강유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빼앗아보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신희영은 강유리를 불러오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일 뿐이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군.”
유민 회장은 침대 시트 위로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현성애는 문자 내용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쉽사리 포기하게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모님이 안 오시겠대요? 그럼 할 수 없지요. 우리가 직접 가서 납치라도 해 와야지요. 재산이 달랑 반 토막 나기 전에 말예요.”
토막 나는 건 유민 회장의 돈인데 어째서 그녀가 안달을 할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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