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서병기 선임기자]1967년에 발표된 ‘흑산도 아가씨’를 부른 가수 이미자(70)가 45년만에 처음으로 흑산도를 찾아 주민들에게 뜻깊은 공연을 열었다. 한국 가요 역사에 흔적을 남길 만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미자는 지난 15일 오후 7시 전남 신안군 흑산도 항구옆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흑산도 아가씨'를 시작으로 2시간동안 총 22곡을 불러 2천여 관객석을 꽉 메운 주민들을 감격케했다.
이미자는 ‘흑산도 아가씨'를 수천번 부르고도 그 노래의 배경이 된 흑산도를 방문하지 못했다고 했다. 흑산도에는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예리항에서 상라봉으로 올라가는 12구비도로 위편 전망좋은 곳에 세워져 있기는 하다.
이미자는 “흑산도를 너무 가고보 싶었지만 오기가 힘들었다. 흑산도 방문은 저의 숙원사업이었는데, 이제야 방문해 흑산도 주민들을 마주보게 돼 감개가 깊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MBC가 문화 소외지역인 도서 주민들에게 작은 콘서트를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1년 동안 준비한 끝에 열린 마련된 섬 최초의 단독 기획 공연이었다. 태풍 산바가 지나간다는 소식에 주위에서 많은 걱정들을 했지만 태풍도 이들의 잔치의 의미를 알았음인지 조금도 방해하지 않았다.
이날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아빠’ ‘아씨' ‘서울이여 안녕' ‘동백아가씨' 등을 부른 이미자가 ‘흑산도 아가씨'를 부를 때는 거의 모든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를 정도의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남몰래 서러운/세월은 가고/물결은 천번 만번/밀려오는데/못견디게 그리운/아득한 저육지를/바라보다 검게 타버린/검게 타버린/흑산도 아가씨/(중략)애타도록 보고픈/머나먼 그서울을/그리다가 검게 타버린/검게 타버린/흑산도 아가씨'
‘흑산도아가씨'는 1965년 흑산도 고교생이 서울을 가려고 했지만 풍랑 때문에 가지 못했던 사연을 전해들은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이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만들어진 노래다. 작사가 정두수, 작곡가 박춘석 씨는 이 이야기를 당시 신문기자를 통해 접하고 노래로 만들어 이미자에게 주었다.
이 노래는 목포에서 100㎞나 떨어져 있는 흑산도에 사는 여성들을 정신적으로 버티게 한 힘이었다. 대흑산도에서 45년을 살아온 김영임(68)씨는 “흑산도에 시집와 자식을 키우며 힘들게 살았다”면서 “힘이 들때면 ‘흑산도 아가씨'가 저절로 불러진다. 나의 한과 설움, 애환을 모두 떨쳐준 노래다”고 회상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2000곡 이상을 발표한 이미자는 70살의 고령에도 목소리는 청아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특별한 기교 없이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소리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자연스러운 그의 목소리는 50년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의 노래에는 사랑과 이별, 가족, 고향이 있다. 현란한 춤은 없다. 사랑도 마주보며 밖으로 마음껏 표현하는 사랑이 아닌, 속으로 삭이는 구슬픈 연가였다. 그래서 당대의 진한 정서를 대중과 함께 나누며 애가(哀歌)라는 뜻의 ‘엘리지의 여왕’으로 불려왔다. 이미자 노래는 개발과 성장의 시대에 남자(남편)와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한국 여성들의 아픔과 고충을 위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성시경과 티아라가 출연해 분위기를 띄웠다. 이미자는 후배가수 성시경과 듀엣으로 ‘그대 그리고 나'를 불렀고, 티아라는 이미자의 노래인 ‘아네모네'를 부르기도 했다.
홍어의 집산지로 유명한 흑산도에는 이날 이미자의 핸드프린팅과 흑산도 아가씨 동상 제막식 행사 등도 함께 열렸다.
한편, 이미자의 이날 흑산도 공연은 MBC에서 추석 특집으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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