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서 시작된 삼성 vs 애플 세기의 특허전쟁 막전막후

2007년 6월 아이폰 출시전 삼성, 모서리 둥근 제품 이미 공개 애플 디자인 무효성 증거로 주장

美 평결은 애플 승리로 끝났지만 배심원 자격논란 등 끊임없는 의혹 국내법원 판결과도 정반대

2007년 6월 아이폰을 공개한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 그는 정확히 3년 뒤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S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훗날 보리스 텍슬러 애플 특허 총괄은 “잡스는 물론 현재 CEO인 팀 쿡도 모두 갤럭시S가 아이폰과 똑같이 생겨 크게 놀랐다”며 “특히 잡스는 신뢰했던 우리의 파트너가 왜 내것을 베꼈냐”며 분노했다고 전했다. 아이폰의 핵심부품 상당수를 삼성전자로 공급받던 터였다.

갤럭시S를 본 잡스는 즉각 행동에 옮겼다. 잡스 자신을 포함한 애플 경영진 7명은 2010년 8월 삼성전자와 만나 애플의 핵심 디자인 및 기능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로열티를 요구했다. 스마트폰은 대당 30달러, 태블릿은 대당 40달러의 지식재산권 사용료(로열티)를 제시했다. 하지만 보리스 텍슬러는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자인 특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벌어졌던 일이다. 애플은 결국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지난해 4월 특허소송에 들어갔다. 이때 시작된 삼성-애플 특허전은 지금까지 9개 나라에서 30여건의 소송으로 확전되며 특허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이다.

▶아이폰과 갤럭시 디자인 얼마나 똑같길래=2004년 애플에 ‘프로젝트 퍼플’이란 이름의 팀이 결성됐다. 바로 아이폰 개발 프로젝트다. 잡스는 스콧 포스톨 수석 부사장에게 아이폰 개발 임무와 함께 애플 엔지니어들 중 아무나 뽑아 쓸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포스톨 부사장은 차출된 엔지니어들에게 “수년간 주말과 저녁 시간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프로젝트 퍼플은 비밀 유지를 위해 애플 빌딩 하나를 통째로 썼다. 아이폰 디자인에는 15명 내외의 디자이너들이 달라붙었다. 이들이 자주 아이디어 회의를 한 곳은 다름 아닌 식탁이었다. 식사하다가도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스케치를 하고, 찬반 토론을 이어갔다. 수차례 식탁회의를 거듭한 끝에 직사각형 모양에 모서리가 둥근 형태의 아이폰 디자인을 고안해냈다. 홈버튼은 50번 이상의 수정을 거친 뒤 완성됐다.

2006년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별도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삼성 모바일 디자인팀은 ‘MPCP(Master Popular Communication Piec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폰의 외형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했다. 삼성 모바일 UX(사용자경험)그룹은 ‘IReen Interaction Design’에서 아이콘을 바둑판 형식으로 나열하고 스크린 가로세로 방향에 따라 화면이 이를 따라가는 디자인을 고안했다. 여기서 나온 삼성 스마트폰 초기 디자인 역시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로 애플의 프로젝트 퍼플이 만든 것과 유사했다. 애플이 주장한 격자 모양의 아이콘 배열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판 시작 전부터 치열했던 증거 싸움=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최대 격전지는 미국 새너제이 북부지법에서 열린 본안소송이었다. 애플의 디자인 침해 주장에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 전 이미 삼성전자에 유사한 디자인이 개발됐다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증거를 제출했다. 이 중 하나가 울트라스마트(F700)였다. 울트라스마트는 2007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3GSM 월드콩그레스(지금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출시된 아이폰 이전에 이미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디자인을 개발했다며 울트라스마트를 강력한 증거로 주장했다. 여기에 2006년 말에 출시된 LG전자의 프라다폰 또한 아이폰에 앞서 유사한 디자인이었다며 보충 증거로 제시했다.

애플 디자인의 무효성을 입증할 증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핵심 디자이너이자 애플 디자인 특허의 공동등록자인 신 니시보리의 증언을 확보, 이 역시 증거로 요구했다. 신 니시보리는 삼성 측에 조너선 아이브 디자인 책임자 지시로 소니 디자인과 비슷한 제품을 디자인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전자는 신 니시보리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그의 트위터를 뒤지는 등 역량을 총동원했다.

▶평결은 났지만 애플 디자인 승리는 여전히 미스터리=삼성전자는 이 정도까지 증거를 확보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루시 고 담당판사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거부했기 때문. 삼성전자는 총과 칼을 빼앗긴 채로 배심원 평의를 맞았고, 판사가 정해준 룰에 따라 배심원단은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에이스 등 대부분의 제품이 애플 디자인을 베꼈다고 결론냈다. 1년을 넘게 양사가 특허소송을 진행해 왔지만 한쪽에 일방적인 승리를 안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배심원 자격 논란에서부터 많은 의혹이 따르고 있다. 특히 미 배심원 평결이 나기 일주일 전 국내 법원에서 내린 판결과 정반대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재판부는 갤럭시 제품이 아이폰과 다른 심미감을 준다며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갤럭시S 하단이 튀어나온 디자인은 비녀를 본뜬 것으로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 그립감을 개선하기 위해 하단을 볼록하게 만들어 안정감을 높였다. 또 하단 안테나를 꽉 잡았을 경우 수신감이 떨어지는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재판부 또한 갤럭시S의 비녀가 삼성의 독창적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애플이 미국 특허청에 디자인을 출원하기 앞서 6개월 먼저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을 국내 특허청에 제출한 정황도 드러나면서 애플의 디자인 특허 유효성은 당분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