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하나로! 30
“승우 오빠! 나에게도 기쁜 소식 하나와 슬픈 소식 두 개가 있어요.”
“그래? 나도 슬픈 소식부터 들어볼까?”
“좋아요. 첫 번째 슬픈 소식은… 나 유한솜이 승우 오빠가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녀는 마치 노래하듯 이렇게 읊어댔다. 어쩌면 한승우의 면전에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그래?”
한승우 역시 담담히 맞장구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년이 훨씬 더 지난 어느 날, 그녀의 가정교사로 입주하던 날의 기억이 새삼 떠올라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야만 했다. 키도 자그마하고 티셔츠 밖으로 불거져 나온 젖가슴도 겨우 자두만이나 하던 어린 소녀. 무어라고 한 마디 야단이라도 치면 펑펑 울면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도망가던 그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결코 그 남자와는 몸을 섞을 수 없다는 거예요. 이게 바로 두 번째 슬픈 소식이기도 하지요.”
“그으래? 그것도 슬픈 소식이로군.”
“푸후훗… 역시 오빠는 멋쟁이예요. 그런 한심한 신파극을 어쩜 그렇게 태연히 받아넘길 수 있을까? 하여간 그건 웃자고 한 농담이고요, 진짜로 슬픈 일은… 우리 아빠 유민 회장님이 궁지에 몰려 있다는 거예요. 자금난 때문에 상당히 쪼들리나 봐요. 사방에서 압박을 받는 모양이에요.”
유한솜이 노트북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 그녀가 노트북 메일함을 클릭하자 유민 회장으로부터 받은 장문의 이메일이 화면에 떠올랐다.
“자칫하면 회사를 접을 수도 있대요. 어떡하죠?”
“접다니? 그 큰 회사가 망한다는 소리야?”
그녀는 초조한 눈빛으로 한승우를 바라보았다. 한승우야말로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한솜에게 일말의 연정을 품고 있지 않았던가. 그게 사랑을 담보한 연정이 아니라면… 단지 재벌가문의 외동딸에게 향하는 물질적 기대감이었을까?
“망할지도 몰라요, 우리 아빠.”
“공룡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아.”
“이미 오래전부터 속으로 곪아 있었나 봐요. 그런데다가 이번에 5개국 관통 랠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큰 무리가 따른 거래요.”
“정말이야? 난감하기 짝이 없군. 그건 그렇고… 기쁜 소식은 뭘까?”
“내 개인적으로는 기쁜 소식이지만 결국 따져보면 슬픈 일이지요. 그것마저도.”
“그게 뭔데?”
“아빠가 순식간에 망할 것에 대비해서 내 앞으로 30억 원 정도의 재산을 돌려놓았어요. 물론 엄마에게는 비밀로말이지요. 어차피 엄마와는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요.”
그래? 한승우의 귓구멍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겨우 3000만 원으로 그녀를 꼬이려다가 얼떨결에 30억 원짜리 돈벼락을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우리 한솜이에게 재산을 넘겨놓을 생각까지 하셨을까?”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꿩은 놓쳤지만 닭다리라도 움켜쥐고 있는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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