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종합운동장=서병기 기자]“관객 여러분, 지치면 지는 것이고 미치면 이기는 것입니다.”

11일 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썸머스탠드 훨씬 THE 흠뻑쇼’에서 싸이가 한 말이다. 싸이는 이날 관객을 광(狂)객으로 만들었다. 질서 안에서는 웬만한 미친 짓이 허용되었다.

싸이, 관객을 광(狂)객으로 만든 비결?
싸이, 관객을 광(狂)객으로 만든 비결?

싸이 공연은 철저한 소비자 중심이다. 자신의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을 즐겁고 신나고, 재미있게 해주겠다면 모든 걸 불사한다. ‘날로 먹는’ 것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그의 춤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웬만한 건 다 보여주었다. 여장을 하는 것도, 웃통을 벗는 것도, 소주 한 병을 ‘완샷’ 때리는 것도 오로지 관객을 위함이다. 싸이는 여장을 한 채 ‘싸스타’ ‘레이디 싸싸’로 변신해 ‘나혼자’, ‘포커페이스(Poker face)’의 민망한 댄스를 선보인 후 3만여 관객에게 “저, 여장 하고나면 외롭고 허망해요. 하지만 여러분이 재미있어 하면 그만입니다”고 말했다.

공연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종반에는 싸이가 스스로 웃통을 벗어던지며 자기보다 몸이 안좋은 남자만 빼고 모든 남자는 웃통을 벗어라고 해 공연 열기에 흠뻑 취하게 했다.

싸이 공연은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었다. 언뜻 보면 오로지 쾌락주의 같지만 기획과 마케팅으로 ‘싸이 스타일’ 또는 ‘싸이 현상’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싸이(박재상), 가수, 음악PD/ 싸이, 관객을 광(狂)객으로 만든 비결?
싸이(박재상), 가수, 음악PD/ 싸이, 관객을 광(狂)객으로 만든 비결?

초반에는 ‘롸잇 나우(Right now)’, ‘오늘 밤새’ ‘새’ ‘청개구리’ ‘나 이런 사람이야’ 등 강한 곡이나 ‘흥’이 있는 노래들로 관객의 혼을 빼앗아놓고 그후에는 ‘강성과 감성’ 순으로, 또는 ‘댄스와 발라드’ 순으로 노래를 배치시켜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노홍철이 함께 한 ‘흔들어주세요’ 다음에는 발라드곡 ‘끝’을 부르고, ‘예술이야’-‘낙원’, ‘레이디싸싸’-‘아버지’, ‘연예인’-‘여러분’, ‘댄스메들리’-‘마이웨이(My way)’, ‘위아더원(We are the one)’-‘언젠가는’을 각각 연결 시킨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인조 가슴에서 불꽃이 나오는 전위적 퍼포먼스를 펼치는 ‘레이디싸싸’와 ‘아버지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라고 말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버지’라는 노래를 연이어 부르는 게 싸이의 맥락이었다.

이날 싸이의 공연은 누가 봐도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들어갔겠다고 짐작할 수 있다. 3만여 관객을 흠뻑 적신 물의 양만 해도 예사롭지 않았다. 수시로 ‘반포대교’로 명명된 물쇼를 펼쳤고 살수작전이 펼쳐져 관객들에게 무더위를 날려주었다. 싸이는 흡사 사람들에게 물과 노래와 춤으로 갈증을 씻어주는 교주같았다. 이 공연을 위해 400여 스텝이 함께 준비했다. 한마디로 싸이는 돈을 들여도 맥락이 있게 돈을 투자한 흔적이 역력했다.

‘청개구리’를 부를 때에는 싸이와 청개구리를 연상케하는 우스꽝스러운 대형 풍선이 떠올랐다. 이를 본 순간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싸이는 ‘B급 정서’의 소통방식을 택해 누구나 부담없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 가장 ‘핫’한 노래인 ‘강남스타일’을 부르자 군데군데 있던 외국인들도 몸을 마구 흔들었다. 싸이가 초심으로 돌아간 것, 한마디로 ‘양스러움’(양아치)이라고 표현했던 ‘강남스타일’은 철저한 흥(興)의 음악이었다. 강렬한 비트와 감칠맛 나는 멜로디의 일렉트로팝은 외국인에게도 제대로 통했다.

싸이의 이날 공연에는 로이터 등 외신기자들도 많이 와 취재 열기를 보여주었다. 싸이는 ‘낙원’을 부르다 “외국 매체들에게 한 말 해야겠습니다”라고 한 후 “This Is Korea”라고 말하는 입담을 보여주었다. 또 ‘끝’을 부르다 무대위 조명을 둘러싸고 있는 흰 천에 불이 붙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얼마나 불같이 일어났으면 불이 납니까”라고 말하며 동요할 수도 있는 관객들을 진정시키고 예정에도 없던 자작곡 ‘내 여자라니까’를 무반주로 부르기도 했다.

싸이의 매력은 뛰어난 작곡 능력을 가진 뮤지션인데도 광대를 자임한다는 것이었다. 아티스트니 뮤지션이니 하는 말대신 “그대가 원한다면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연기, 노래, 코미디까지 다 해주겠다”는 ‘연예인’으로 표현하는 건 대중을 향한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를 보여준다는 방향설정이기도 했다.

공연 현장에서는 미친 듯 흔들어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기자도 거의 3시간에 걸쳐 ‘광(狂)객’이 된 기분이었지만 뭔가 에너지, 긍정적 마인드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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