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리조트=서병기 기자]27일 지산밸리록페스티벌 2012가 개막했다. 오후 6시, 덕평IC를 빠져나오면서 꼬리를 문 차량들로 인해 평소 같으면 10여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거리를 1시간이나 소비해야 했다. 지산포레스트리조트 슬로프에는 이미 캥핑을 겸한 텐트들이 빼꼭히 차있었으며, 이 곳에 온 관객들은 음악이 흐르기만 하면 다들 흥에 겨웠다.
그래도 좋았다. 노장 록커 들국화의 무대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 좋았고,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5인조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 HEAD)의 라이브 무대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날 헤드라이너인 라디오헤드의 공연 시간인 9시 30분이 다가오자 9시부터 ‘빅탑’ 스테이지로 몰려가는 관객들의 인파는 마치 파도를 연상케 했다.
처음으로 내한한 라디오헤드는 1993년의 1집 ‘Pablo Honey’에 수록된 시그니처 송 ‘Creep’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록밴드다. ‘The Bends’, ‘OK Computer’, ‘Kid A’ 그리고 2011년에 발매한 ‘The King of Limbs’까지 총 8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앨범마다 평단과 많은 음악 팬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불렀던 노래는 한국팬들이 아는 초기 노래들이 아닌 최신곡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음침하고 우울함을 잔뜩 머금고 있다. 초기곡에 비해 우울한 정서가 줄어들긴 했지만 기본 정조가 바뀌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우울하게 들리지 않았다.
라디오헤드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2시간 10분간 총 27곡에 달하는 꽉 찬 공연을 이어갔다. 이쯤 되면 단독공연이다. ‘Lotus flower’ ‘15 Step’ ‘Pyramid Song’ ‘Nude’를 비롯해 신곡 ‘Idioteque’까지 들려주고, 보컬 톰 요크가 통기타를 연주하며 히트곡 ‘Karma Police’를 부르자 3만여 관객의 떼창이 터지며 역사적인 내한의 현장을 함께 만들었다.
‘Exit Music’이 나오자 순간 정적이 흘러 묘한 대조를 이뤘다. ‘Paranod Android’때는 관객들이 가사와 허밍을 따라 불러 기쁨과 감동, 아쉬움을 함께 표현했다. 연륜이 가미된 톰 요크의 목소리를 바로 앞에서 들어보는 관객들의 표정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톰 요크의 춤을 추는 동작은 영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는 결국 웃통을 벗어던지며 몰입의 경지에 빠지기도 했다.
‘20세기의 청춘 송가’로 불리며 한국인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Creep’을 부르지 않은 것은 아티스트로서의 자신감으로 보인다. 고정된 음악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실험하고 해체하는 것이 독창적인 아티스트적 명성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그들의 존재이유였을 것이다. 이날 라디오헤드는 수시로 변하는 화려한 영상까지 곁들여지며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미를 선사했다.
라디오헤드는 공연 주최측인 CJ E&M에 음식부터 물품까지 오로지 친환경을 위한 내역으로만 구성해 ‘개념 라이더 요청’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뭉친 들국화는 한국 록음악의 한 획을 그은 전설의 밴드다. 보컬 전인권(58)의 못소리는 많이 살아났고, 베이스 최성원(57)은 묵직하고 나직했으며, 강렬한 드럼 주찬권(57)은 여전히 힘이 있었다.
전인권은 ‘행진’과 ‘그것만이 내 세상’ ‘제발’ ‘He Ain‘t Heavy He’s My Brother’를 불렀고, ‘매일 그대와’ ‘사랑한 후에’를 합창했으며 최성원은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불러 리조트를 환상적인 금요일 밤으로 만들었다.
한편, ‘지산밸리’ 첫날에는 라디오헤드와 들국화 외에도 엘비스 코스텔로, 검정치마, 김창완 밴드, 제임스 이하, 엠워드, 로다운 30 등이 공연을 펼쳤다. 주최측에 따르면 27일 첫날만 3만5천명의 관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지산밸리록페 2012는 28일 토요일에는 제임스블레이크, 아울시티, 이적, 스토로지스, 비디아이, 넬, 장필순, 버스커버스커 등의 초호화 라인업 공연이 이어지고 29일까지 뜨거운 음악 축제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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