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979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세계 최고 저출산국 됐지만…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등 또다른 문제

1980년대 중국에서 ‘초생유격대(超生遊擊隊)’라는 단막극이 큰 인기를 끌었다. 아들을 더 낳고 싶은 농촌 부부가 계획생육(산아제한) 공무원의 단속을 피해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 숨어 돌아다닌다는 내용이다. 산속까지 숨어들어가 전쟁 때의 유격대와 다를 바가 없었다.

‘피바다가 될지라도 한 자녀 이상은 불허’ ‘한 명만 정관수술 받으면 온가정이 영광’ ‘아이 하나 더 낳으면 무덤 한 개 더 는다’…. 당시에는 이같이 섬뜩한 표어가 농촌 담벼락 곳곳에 붙어 있던 시절이다. 다소 과장되긴 했으나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사회적 현상이었다.

1979년부터 실시된 ‘한 자녀 정책(계획생육)’은 중국의 기본 국책이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철저한 시행 덕분에 지난 30여년 동안 인구 4억명이 덜 태어났다. 덜 낳은 인구가 유럽(구 소련 제외)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고민스러운 시기를 맞고 있다. 산아제한으로 식량난과 환경오염, 자원 등 여러 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공헌을 했으나, 여기를 누르면 저기가 부풀어 오르고 저기를 누르면 여기가 튀어오르 듯 인구만 억제했다고 능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 더 낳은 대가= 최근 일어난 한 사건은 중국의 산아정책의 비극적인 면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바로 지난달 발생한 산시(陝西)성 7개월 반 임산부 강제 낙태다. 법을 어기고 둘째를 임신한 산모는 4만위안(약 720만원)이라는 버거운 벌금을 거부하다 결국 강제 낙태를 당했다. 기진맥진해 있는 산모 옆에 핏덩이 태아가 놓여있는 한 장의 사진은 전 지구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해외 언론의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유로 현지 정부가 이 부부를 매국노로 몬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중국에서 산아제한을 위반해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헤이하이쯔(黑孩子)’라고 부른다. 13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이들이 의료ㆍ교육 등의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어둠의 자식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은 살인적인 벌금 폭탄 때문이다.

사회부양비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 더 무섭다. 상하이의 경우 약 11만위안(약 2000만원). 하지만 최근 저장(浙江)성에서는 둘째 딸을 낳은 부부가 130만위안(약 2억3400만원)의 벌금 통보를 받았다. 사업가인 부부의 경제력을 고려해 벌금이 산정됐다는 게 현지 정부의 설명이다.

▶한 자녀가 낳은 문제점= 영국 BBC에 따르면 외동딸(아들)을 잃은 중국 부모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사고로 혹은 실종으로 잃어버린 이들이다. 중국에서 외동딸(아들)을 잃은 가구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도 골칫거리다. 중국의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부자가 되기도 전에 먼저 늙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5년부터 노동인구가 매년 800만명씩 감소해 급속한 노령화 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사회가 정상적인 인구 세대교체가 이뤄지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지만 중국은 1.54명에 불과하다. 노동력의 감소는 곧 경제성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히 강한 농촌에서는 딸을 낙태하면서 성비 불균형 또한 심각하다. 2020년이 되면 약 3000만~4000만명의 남성이 배우자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헤이하이쯔가 있는 반면 도시에는 ‘샤오황디(小皇帝)’가 있다. 부모뿐만 아니라 양가 조부모가 아이 하나를 놓고 온갖 비위를 맞춰주며 황제로 키우고 있다. 이기적으로 자란 이 아이들은 사회적응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도 미숙해 도덕적ㆍ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폐지냐 유지냐, 이것이 문제로다= 산시 성 강제 낙태 사건은 비단 그들만의 비극이 아니다. 쉬쉬했을 뿐 지난 32년간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산아제한을 위반한 부부를 혼내주기 위해 조폭이 동원돼 집이 철거되고 재산까지 빼앗기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가혹하고 막무가내식의 산아제한은 세계 최고 저출산국이라는 타이틀까지 안겨줬다. 1970년 5.5명에 달했던 출산율은 2010년 1.54명으로 감소했다.

때문에 현대사회 특성상 많은 아이를 원하는 이들이 크게 줄어 강제 산아제한 정책은 더이상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싼 집값, 물가, 교육비 등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노예가 된다는 ‘하이누(孩奴)’라는 신조어가 이를 말해준다. 정책 폐기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3일 한 자녀 정책 폐기를 처음으로 권고해 주목을 끌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복지 부담 확대 등에도 기존의 한 자녀 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중국 정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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