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7회> 붉은 길, 푸르른 마음 35

1등석은 눈으로 보기에도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따로 습도조절 장치가 가동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층 비즈니스석과는 공기부터가 다른 것 같았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발등을 덮을 만큼 복슬복슬했고 몇 명 되지도 않는 승객은 띄엄띄엄 길게 누워서 특수 헤드셋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좋군, 좋아!”

유호성은 혼자 감탄했다. 그 헤드셋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외부의 소음이나 빛을 완전히 막아주기 때문에 승객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팔자가 늘어졌군.”

그는 쉽사리 강유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승객이라야 서너 명에 불과하기도 했지만 그나마 여자는 강유리 혼자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여자 승객이 여럿이라 해도 그녀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헤드셋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시트에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만하게 여겨지는 C컵 가슴에 먼저 눈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강유리의 좌석 옆에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 있었다. 왜냐고? 사실 그녀를 찾아 1등석에 오른 이유는 단순히 커피라도 함께 마시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벌 후계자라는 자긍심이 강했기 때문에 그따위 질투쯤이야 쉽게 벗어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본 순간 아…! 현기증이 이는 것을 어쩌란 말이냐. 1등석은 좌석이 아니라 침대였다. 말이 좌석이지, 몸을 길게 뻗어도 위아래가 한 뼘 씩이나 남아도는 훌륭한 침대였는데…그 위에 그녀의 풍만한 육체가….

하앗…! 하앗…! 그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마치 일부러 연출한 것처럼 좌석 앞에 장착된 모니터 위로 야릇한 영화장면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이런 곳에서 해보셨나요?’

‘물론이지요. 해봤어요.’

‘해봤다고요? 언제요? 밤에?’

‘낮에….’

‘낮에…그게…가능할까요?’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몸이 유연하거든요.’

대화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영화 자막은 이렇게 흐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런 곳’이란 비행기 1등석에 딸린 기내화장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해봤어?’란 말은 뻔할 뻔자였다.

하물며 ‘몸이 유연하다’는 여자 주인공의 대화 자막을 읽는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강유리의 풍만한 젖가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불현듯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젊음과 사랑을 떠올리고야 만 것이다.

“유리 씨!”

그는 낮은 목소리로 강유리를 불렀다. 하지만 잠이 깊이 들었는지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는 그녀를 흔들어 깨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여자의 몸이란 곳곳이 시한폭탄 같았으므로 어디를 흔들어 깨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유리 씨!”

유호성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쥐고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몸을 외로 돌려 눕는 통에 그만 손바닥이 젖가슴 위에 놓이고야 말았다. 이걸 어쩌나…공교롭게도 마침 그 순간, 화면 속 화장실에서는 몸이 유연한 여배우가 치마를 걷어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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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