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위치한 고등학교 담임을 맡고 있는 K 씨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 학교폭력에 묻혀 스승의 날은 존재감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학교폭력이 도를 넘어섰고, 교권은 추락해 조금만 혼내도 아이들은 대들기 일쑤다. 꾸짖는 선생님에게 폭행을 가하는 학생의 사례까지 심심치 않게 접하면서 K 씨는 교사로서 자괴감마저 들 정도라고 말한다.
교사 사이에 이제 스승의 날은 ‘부담스러운 날’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K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돌아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스승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학교폭력 등 어려운 교육여건 속에서 스승의 날 풍속도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 스승의 날이 되면 인사를 올리는 제자로 학교마다 북적거렸지만, 요즘에는 학교현장에서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다.
자칫 일부 교사의 촌지 수수 기사라도 터져 나오면 교원 전체가 비리 집단으로 몰리는 사회 분위기에, 교사는 스승의 날이 되면 학생ㆍ학부모를 만나기조차 매우 조심스럽다. 촌지 논란 등으로 스승의 날 휴교를 하는 학교도 늘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단축수업을 한다. 간단히 교사에게 꽃을 달아주는 행사로 스승의 날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아예 올해 스승의 날 교육주간(5월 14~20일)을 ‘학교폭력 근절주간’으로 설정했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접한 후 스승의 날을 기념할 정도로 학교 현실이 한가하지 않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 큰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는 시ㆍ도 교육청도 많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폭력에다 사제폭행, 학생자살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교육청이 스승의 날 행사를 거창하게 치를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영훈 기자> /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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