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바람 부는 길(5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집에서 기르던 난에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사람들은 참 잘 키웠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어떤 식물학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꽃을 피운걸 보니 난이 죽으려나봅니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모든 생물은 죽음에 임박할수록 종자를 퍼뜨리려는 욕구가 강해지므로 꽃을 활짝 피웠다는 것은 죽음에 임박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난에 꽃이 피었을 때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빠, 천천히… 살살!”

황태덕장 안에서 김지선은 이렇게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소리를 숨어서 엿듣고 있었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놈… 참 센가봐. 부럽구먼.’

그 놈이건, 이 놈이건… 어떤 놈이건 간에 주위가 불안하고 위험에 노출 되어 있을수록 생식본능이 강해진다고 하는 이론이 있다. 이를테면 위험에 처해있을수록 그게 세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 황태덕장에서 지겟작대기를 자랑하고 있는 전진후도 그런 철학적 경우에 처해있는지도 모르겠다. 랠리에서 연거푸 꼴찌를 했으니 드라이버로서의 생명도 가늠하기 어려웠고, 소속을 유민 회장의 ‘호크아이 팀’에서 거성의 ‘그레이스 팀’으로 옮겼으니 신뢰 측면에서도 빵점이었다. 게다가 돈마저 떨어졌으니 식물로 치자면 죽음에 임박한 난초 아니겠는가.

“아흐, 제발 살살!”

그녀는 여전히 이렇게 애원했다. 하지만 그 애원은 전진후의 섹슈얼 테크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테크닉도 제법 나눔의 철학이 있는 사람에게나 깃드는 법, 단순 무식한 전진후는 그저 횡재처럼 얻은 상열지사의 순간을 저 혼자서 온 몸으로 즐기면 그뿐이었다. 그러니 오로지 힘으로! 힘으로! 밀어붙일밖에.

“살살… 명태 지느러미!.”

그럼 그렇지. 바싹 얼어붙은 명태, 즉 황태 지느러미가 칼처럼 날을 세운 쪽으로 밀어붙이니 아프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양 손에 꼬챙이를 들고 있었으므로 그의 어깨를 막아낼 재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꼴뚜기 짓을 할 때마다 엉덩이에 명태 지느러미가 박히고, 그녀가 엉덩이를 피하려 할 때마다 오히려 사포로 긁어내는 것처럼 뒤가 쏠릴 테니 어찌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단순, 무식한 전진후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3,3,7 박자에 맞추어 강렬하게 펌프질을 해야만 할 것이란 생각뿐이었다. 상열지사에 임하여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이 얼마나 천박한 일인가. 하지만 그는 ‘하나·둘·셋! 둘·둘·셋! 마·지·막·에·한·번·더!’ 하고 힘껏 외치며 3,3,7 박자만을 세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 아… 아아, 아!”

전진후가 요동을 칠 때마다 김지선은 낮은 비명을 질렀다. 보통 때에도 날카롭기 그지없는 생선 지느러미가 바싹 얼어붙은 채 몸에 닿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하지만 전진후의 오해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요분질과 비명소리에 하염없이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니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더 빠르게, 더 힘차게 요동칠 뿐.

서서 그 짓을 계속하려니 다리가 뻐근했다. 꼴에 남자라고… 죽도록 빠르게, 더 힘차게 내달리다 보니 목구멍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아파 죽을 지경이고, 그는 숨차 죽을 지경이었으니 가히 상열지사의 절정이라 할만 했다. 얼었다 녹기를 열 번쯤 반복해야 맛있는 황태가 된다고 했던가? 그가 지겟작대기를 들이 밀 때마다 그녀는 지느러미로 인한 통증 때문에 ‘악!’ 하고 죽었다가… 뒤로 빠지면 ‘응!’ 하며 겨우 살아나곤 했다.

그녀는 옷을 벗은 채 양 손에 꼬챙이를 들고 있었으므로 마치 아마존의 전사와도 같았다. 자세를 잡기 위해 한쪽 다리를 들어 덕장 지지대에 걸친 모습이 더욱 그녀를 장렬하게 보이도록 했다. 얼어붙은 덕장, 그가 그녀를 밀어붙일 때마다 커튼모양으로 늘어져 걸린 명태들이 바닷바람에 빨래 날리듯 튕겨나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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