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공천 잡음, 야권 후보단일화경선 과정의 부정 시비를 둘러싸고 “다 똑같은 놈들이야”라는 국민적 비난이 쏟아진데 대해 민주당-진보당은 억울해 할 것이다. “숱한 비리를 저지르고, 구시대적 민간인 사찰까지 감행한 현 정권에 비해 그리 큰 잘못이 아니며, 여당 역시 공천 잡음이 적지 않았는데, 왜 우리를 똑같이 취급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거악(巨惡)이냐 소악(小惡)이냐, 도덕적 문제냐 법적 문제냐를 따지기에 앞서, 표심은 ‘받아들이는게 진실(Perception is Reality)’이지 거악이라고 더 실망하고, 정당 내부의 공천 문제라서 덜 실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야권 경선파동은 말해준다. 여권에 악재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야권은 공천 경선 파동을 거치면서 눈에 띄게 지지율이 하락했다.

한나라당이 과거 ‘차떼기’를 통해 민주당보다 10배를 더 취하고, 민주당이 1/10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한나라당의 1/10은 아니었다.

국민은 믿고 맡길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것이지, 여야 정치인의 도덕적 법적 흠결에 대해 주판을 놓고 일일이 계산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산술적으로는 측근비리 벌점(罰點) 10점, 민간인사찰 벌점 10점, 여당 공천잡음 벌점 2점, 야권 단일화 불법경선 벌점 5점, 야당인사 비리연루 벌점 2점이라는 식으로 메겨 여당 벌점합계 22점, 야당 벌점 합계 7점이라는 식의 계산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은 그러지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는 듯 하다.

국민 입장에선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들이 거악이든 소악이든 연루됐다는 자체가 싫은 것이다. 내 돈 떼먹은 놈이나 약속시간 맨날 늦게 오는 놈이나 상종할 인물이 못된다고 판단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이다. ‘겨가 덜 묻었으니 날 써주시오’ 하는 게 총선은 아니지 않은가. ‘X바가지를 뒤집어 쓴’ 사람이든 ‘흙탕물만 튄’ 사람이든 둘 다 공복(公僕)으로 쓰지 않겠다는 게 국민의 생각인 것이다.

반대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등 정치 난맥상의 개선의지, 구태정치의 청산의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의 공동모색 등 부분에서 민주당-진보당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중도성향의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대승적 불출마 선언은 여권에서 압도적으로 많았고, 야권에서는 적었다. 환골탈태의 의지면에서도 여당은 비대위를 구성한데 비해, 야당은 반쪽 통합에다 전당대회를 통해 ‘친노’를 부활시켰다는 인상만 줬다. 감성적으로 노전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과 ‘정치적 친노’는 국민들에게 다른 체감도를 갖게 한다. 참여정부 말기 ‘친노’에 대해 국민의 실망감이 현 집권세력에 못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리 달가워할 프레임이 아닌 것이다.

정책 비전 제시에서 야당은 늘 주장하는 것을 되풀이한다는 인상을 준데 비해 여당은 ‘보수’ 삭제 논란 등 기존의 것을 좀 더 파괴해보려는 시도를 했다고 보여진다.

2040세대의 반란 등 거센 정치개혁 요구가 제기된 이후 ‘잘한 일’을 산술적으로 계산해 본다 하더라도, 변화라는 화두에 발맞추고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려는 노력, 즉 ‘상점(賞點)’면에서 결코 야당이 여당을 앞선다고 하기 어렵다.

국민다수가 원하는 것을 찾아 공감대를 넓히고 이를 토대로 민주당-진보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높이는 일은 등한시 하면서 늘 매달리던 특정 현안에만 매몰된 일부 진보그룹의 ‘탈 선거’ 행태 역시 국민들에게는 ‘이방인’ 처럼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여당은 거악, 나는 소악이니, 날 좀 보소”라고 한다면 국민은 “내가 일을 맡겼는데, 사기꾼 만큼이나 찌질이도 싫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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