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제 허점 악용…스마트폰 유심칩 태블릿에 꽂고 무제한 이용 꼼수 우려
4월까지 기본료 월 5만5000원을 내고 3G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하고 있던 송모 씨는 조금 더 넓은 화면으로 영화와 e북을 보기 위해 5월 중순 대형마트에서 태블릿을 구입했다.
이후 전에 쓰던 스마트폰의 유심(USIM; 범용가입자인증모듈)칩을 새로 구매한 태블릿에 꽂아 데이터 통신 전용 기기로 쓰기 시작했다. 기존에 이용하던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개통했기 때문에 송 씨는 태블릿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즐길 수 있게 됐다. 통신사 전산에는 송 씨가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이는 불과 한 달 뒤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식별번호(IMEI)가 통신사에 등록된 단말기만 개통이 가능했지만 내달부터 분실ㆍ도난 단말기만 통신사에서 관리하고 나머지는 소비자가 여러 유통채널에서 구입한 뒤 유심칩만 꽂아 직접 개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사는 사용자가 구입하는 단말기 식별번호를 통제할 수 없게 돼 스마트폰인지 태블릿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블랙리스트(단말기 자급제) 도입에 따른 허점을 노려 태블릿으로도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사례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G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쓰던 사용자가 편의점ㆍ대형마트 제조사 판매점 등에서 태블릿을 구입한 뒤 유심칩을 옮길 경우, 통신사 전산 상으로 단말기 이동이 감지되지 않아 사용자는 태블릿으로도 충분히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빈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자칫하면 데이터 트래픽이 갑자기 늘어나 과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출시를 앞둔 뉴 아이패드와 같이 고해상도의 단말기일 경우 데이터 무제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태블릿은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크고 처리하는 데이터양이 더 많아 통신사들은 현재 3G 상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기본요금에 따라 SKT는 700MB에서 2GB까지, KT는 750MB에서 3GB까지 상한선을 두고 있다. 지금은 통신사가 모든 IMEI를 관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유심칩을 태블릿에 옮기더라도 스마트폰 요금제로 태블릿을 사용하는 게 원천 차단된다. 하지만 내달부터는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돼 유심칩 이동만으로 통신사가 정한 상한선을 버젓이 초과해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태블릿을 구매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만 데이터를 쓰거나 정상적으로 태블릿 요금제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T와 KT는 블랙리스트 시행을 앞두고 방통위에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하지만 방통위는 “스마트폰에서 태블릿으로 갈아탈 사용자가 얼마나 될지, 그럴 경우 데이터 트래픽이 얼마나 늘어날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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