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끝까지, 죽을 때까지 (5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랠리 키스… 몬테카를로에 입성하며 울려대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사방에서 빵빵! 터지는 환영폭죽 소리는… 가슴 뜨거운 모나코 청년이 어여쁜 파트너의 입술을 훔치기에 너무도 좋은 구실거리였다. 이미 짙게 끌어안은 상태, 코밑을 어른대는 파트너의 입술에서 달큰한 체리향이 번져 나오던 순간… 어질머리 생겨나던 그 순간에 폭죽마저 빵빵! 터지니 에헤라, 좋구나. 여기서 쪽! 저기서 쪽! 클럽 전체가 쪽쪽! 난리였다.
온 몸을 육화시키듯이 흔들며 춤추던 젊은 디제이가 아예 클럽 내부의 조명을 모두 꺼버리자 그곳은 환희의 천국, 신음의 천국으로 바뀌어 갔다. ‘오우- 굿!’ 앞뒤에서 이토록 환희에 찬 늑대목소리가 들려오면 ‘으으, 으음~’ 좌우에서는 이런 야릇한 여우들의 신음소리가 받쳐주곤 했다. 분위기는 야했지만 강유리의 입술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너무도 진지했다. 그러니 덜컥 겁이 날 수밖에. 사랑해선 안 될 사람과의 키스가 진지해지다니 이걸 어쩌나.
“미안하다, 유리야.”
열렬한 입맞춤일수록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법, 백광돌은 그녀의 촉촉하고 향기로운 입술에서 벗어나며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선 안 된대요.”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네 아버지 때문에라도 우린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처지니까…”
백광돌이 이렇게 변명하는 순간 클럽 안에서 춤추던 사람들이 또다시 우렁찬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몬테카를로 랠리의 2위 그룹이 입성한 모양이었다. 대략 다섯 대쯤이나 될까? 톤을 달리하여 울려 퍼지는 엔진음이 또다시 그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밤공기를 찢어낼 듯 고음을 내며 순간가속 하는 것으로 보아 오버헤드 밸브(OHV) 방식의 엔진을 쓰는 머신이 분명했다. 타이밍벨트로 캠을 구동하지 않고 크랭킹샤프트로부터 직접 연결되어 밸브를 여는 OHV엔진은 동급 배기량의 DOHC엔진보다 토크가 크기 때문에 순간가속을 활용하기에 유리할 것이다.
“무슨 차가 저렇게 요란해요? 엔진음 때문에 오빠 목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
“닷지 바이퍼! 혹은 시보레 코베트일거야.”
“닷지? 시보레? 그럼 미국팀?”
“아마 그럴지도 몰라.”
“그럼… 유호성 선수가 들어오려면 아직도 멀었네.”
“유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출발할 때 봤잖아요. 닷지 바이퍼와 시보레 코베트가 달려 나간 뒤에 무려 10 여분이나 지나서 유호성 선수의 재규어가 보였다니까요? 초반에 벌벌 기던 차가 종점이라고 날아 들어올 재간이 있나요?”
“하긴… 몬테카를로 랠리는 출발선상에서부터 핸디캡을 부여하지? 지난 시즌 챔피언부터 선두로 스타트 한다면서? 그러니 이제 처녀 출전이라서 꼴찌로 스타트한 유호성 선수가 먼저 들어올 수는 없지. 아무렴!”
2위 그룹의 머신들도 강렬한 엔진 폭발음과 함께 멀리 사라져 갔다. 해도 지고 날씨도 춥고, 그 때문에 도로 아스팔트가 차가와져서 그립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머신들은 전속력으로 몬테카를로 시내를 달려 나가곤 했다. 뒤이어 공식처럼 이어지는 함성소리! 하지만 이번에도 자동차 굉음에 이은 함성소리는 1분을 넘지 않았다. 그리고는 랠리 키스! 진도가 펼쳐지는 과정은 선두그룹이 몬테카를로에 입성할 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오빠, 우리도 한 번만 더…”
정말로 이걸 어째야 하나… 유호성이 몬테카를로에 입성하든 말든 우리는 하던 입맞춤이나 계속하자는 말이었다. 향기롭고, 촉촉하고, 뜨겁기까지 한 그녀의 입술이 화끈 달아오른 그의 뺨에 달라붙었다. 여기에서 진도가 더 나가면… 끝장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
불은 꺼져 어둡고,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가슴은 펄펄 뛰는데… 눈을 감으면 엄한 선배이자 그녀의 부친인 강준호의 모습이 선명히 떠오르니 마치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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