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 공격으로 하루 사이 민간인 260명 이상이 죽었다는 소식도 중국과 러시아를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일(이하 현지시간)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시위대 유혈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통과가 무산됐다.

표결 하루 전인 3일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거점도시 홈스에서 정부군의 포 공격으로 수백명이 숨지는 등 시리아 유혈사태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결의를 무산시킨 중국과 러시아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중ㆍ러 반대에 국제사회 비난 고조=유엔 안보리의 대(對) 시리아 결의안 표결에서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국이 찬성한 반면,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를 던져 결국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표결 직전 시리아에서 하루 사이에 민간인이 최소 260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표결에 부쳐진 결의안 문안도 서방과 아랍국가들이 제출한 초안보다는 상당폭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은 “시리아 정부에 일방적인 압박을 가하거나 해결 방안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5일 반관영 통신 중궈신원에 따르면 시리아 결의안 채택이 부결되고 나서 리바오둥(李保東) 주 유엔 중국 대사는 “국제사회는 시리아의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시리아 무장그룹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리아 정부와 야권 과의 대화는 지지하지만 그들의 내정에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의 요구사항인 ‘군사개입 불허 명문화’를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외부의 군사적 개입에 문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결의안이 부결되자 국제사회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 거부권 행사는 시리아 정권의 시위대 진압에 힘을 실을 것”이라며 ”시리아의 비극은 끝나야만 한다“고 밝혔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맹비난했다.

▶해외 시리아인도 시위 합류=시리아 야권의 양대 조직 중 하나인 시리아국가위원회는 “4일 이른 아침 아사드 정권은 (작년 3월) 시리아 봉기 시작 이후 가장 끔찍한 학살을 자행했다”며 “아사드의 군대가 칼디예, 쿠수르 등 홈스의 주거지역에 폭격을 가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해 최소 260명이 죽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국가위원회는 시리아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 터키 국경과 가까운 지스르 알 슈그후르 지역도 포격했다고 주장하면서 “무고한 시리아인들에 대한 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전 세계가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아사드 정권의 시민 학살에 분노한 해외 시리아인들도 3일과 4일 사이에 유럽과 아랍권의 시리아 대사관 6곳을 습격하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유사한 시민 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몰아낸 리비아에서는 시리아인 망명자 300여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리비아인들이 트리폴리의 시리아 대사관을 점령하고 야당 깃발을 내걸었다. 쿠웨이트에서도 현지 시리아인들이 자국 대사관에 쳐들어가 유리창을 깨고 야당깃발을 게양했으며,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시위대가 시위대 대사관을 무단 침입했다.

한편 튀니지 정부는 아사드 정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튀니스 주재 시리아 대사를 추방한다고 4일 발표했다. 그 직후 튀니스의 시리아대사관은 국기를 내렸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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