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회> 열망을 품은 도전 18

“오빠 저기 좀 보세요. 세상 어디에나 개그맨들이 있다니까요?”

“개그맨? 우리나라 개그맨이 여길 다 왔어?”

“그게 아니고… 저기, 저 똥차!”

유한솜이 웃음을 참으며 손가락질을 하는 곳으로부터 말 그대로 똥차 한 대가 천천히 굴러오고 있었다. 서비스파크 공터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 그 차도 분명히 이번 랠리에 참가하는 머신임에는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낡아도 너무 낡은 차였다. 출고된 지 50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은 구형차. 그렇다고 해서 클래식 카로 분류할 수도 없는 그런 차, 이상하고 야릇한 차.

“불에 탄 껍데기를 제대로 닦지도 않았어요. 너덜너덜 하잖아요? 꼴에 웬 아줌마 얼굴을 그려 넣었담?”

“아니야. 나름대로 포스가 있어. 저 그림의 주인공도 보통 아줌마가 아니야. 그레이스 켈리라는 유명한 배우였어. 참, 그레이스 켈리는 옆 나라 모나코의 왕비였을 걸?”

“그럼 모나코 선수들인가 보죠? 모나코라면 국민소득도 제법 높은 나라 아닌가요? 그런데 어째서 저런 고물차를… 아니, 저 사람은…”

유한솜은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불에 잔뜩 그은 고물차가 그녀의 눈앞을 천천히 가로질러 나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차창을 열어 놓았던 것일까? 아니면 워낙 낡은 차여서 유리창에 선팅조차 하지 않은 것일까? 덜덜거리듯 그녀 앞을 스치는 차창 속의 드라이버는 분명 낯익은 얼굴이었다. 낯이 익어도 한참이나 익은 얼굴.

“저기 저 사람, 우리나라 선수예요.”

“나도 봤어. 분명히 우리나라 선수 같아. 최소한 인사라도 나눈 선수!”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유한솜과 한승우를 스쳐 지나간 그 낡은 차가 스르륵 정지하는가 싶더니 돌연 헛바퀴를 굴려가며 후진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거의 동시에 눈이 마주친 모양이었다. 어쩌면 상대방이 고국사람을 만난 반가움을 표시하기 위하여 되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였다.

“유민그룹 공주님! 여긴 웬일이세요?”

유한솜은 깜짝 놀랐다. 차창에 훤히 드러난 모습은 그 남자… 바로 그 남자였다. 2년 전, 베트남 내해에 머물던 크루즈선에서 웬 늙은 사내가 호소문을 낭독한 후에 바닷물 속으로 빠져들던 날… 유한솜은 너무도 놀라 아버지 유민 회장에게 달려가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 때, 그녀를 막아섰던 사람… 다급하고 두려운 마음에 그녀는 목에 걸고 다니던 가스 분무기를 그 남자의 얼굴에 마구 뿌려대지 않았던가.

“맞아요, 베트남 크루즈 선상에서 만났던 그 분이시죠?”

물론 한승우도 그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 권일주가 뱃전에서 넘실대는 바닷물을 향해 뛰어내리던 순간, 유한솜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있던 그 남자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날린 사실까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블루 아우토 권도일 사장님?”

유한솜과 한승우는 거의 동시에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권도일은 싱긋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무였죠, 한때는… 몰라보게 변했군요. 유민그룹 공주님.”

짧은 인사를 건넨 후에 그 낡은 차는 울컥 앞으로 달려 나갔다. 휑하고 뜨거운 바람이 일었다. 유한솜과 한승우는 얼떨결에 팔짱을 낀 모습 그대로 서서 멀어져 가는 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볼 따름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또 다른 머신 한 대가 달려오다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상어 아가미처럼 줄지어 벌어진 후드와 보닛의 방출구에서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알루미늄 차체가 남부 프랑스의 강렬한 햇빛을 받아 거울처럼 번쩍이는 재규어 XKR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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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