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5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40
“뭐라고? 그것들이 꼴값을 떠는구먼.”
거성자동차그룹에서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한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곧바로 유민제련그룹에 전해지자 가장 먼저 발끈한 사람은 유민 회장이었다. 물론 그 비밀스런 행사를 곧바로 전달한 사람은 현성애였다. 2차 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서 2중 간첩 노릇을 감행했던 ‘마타하리’처럼 그녀 역시 거성그룹에서는 머신을 튜닝했고, 아울러 유민제련그룹의 레이싱 팀에서는 당당히 정비를 담당하는 미캐닉을 맡아보고 있었으므로.
“아주 교활한 사람들예요. 거성 사람들…”
“꼴값 떠는 것도 웃기는 데 교활하기까지 하다고?”
“글쎄 치사하게 위장전술을 쓴다잖아요? 8기통에 6,000㏄, 무려 500마력짜리 엔진을 장착했으면서도 겉으로는 폐차 직전의 고물차 티를 냈더라고요.”
현성애는 별 더럽고 치사한 꼴을 다 보았다는 투로 입가를 실룩이며 고자질을 이어갔다. 물론 이 모든 일이 계략에 의한 것이었지만 유민 회장은 그녀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으며 한 마디라도 놓칠까 귀를 모으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했을까?”
“꼼수지요 뭐. 만약 입상이라도 하게 되면 고물 똥차를 몰고도 훌륭한 성과를 낸 셈이니 드라이버의 값어치가 한껏 올라갈 테고, 꼴찌에 머물거나 중도 탈락이라도 하면 차가 워낙 고물이라 불가항력이었다고 발뺌하자는 수작이겠지요.”
“그것 참 웃기는 애들이로군. 어쨌거나 내년에 뛰게 될 5개국 관통 랠리에 겁은 먹었던 모양이지? 비밀리에 몬테카를로엘 가다니.”
“우리 팀이 두려웠겠지요. 우리와 손잡고 팀을 이루자고 할 때에 국으로 가만히 있었으면 그런 걱정 따윈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런 걸 배신 때려가며 자체 팀을 결성하더니… 꼴 좋지요.”
이를테면 현성애는 단순한 유민 회장의 심기를 거슬려 보자는 의도였다. 배신이란 단어에 유독 힘을 주어 말한 것도 다 그런 까닭이었다. 탁! 치면 억! 이라고… 유민 회장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자 그는 어김없이 배알이 꼬이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두렵겠지. 우리 호성이가 일본에서 치열하게 레이싱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 게야. 겁쟁이들 같으니.”
“차제에 망신 좀 톡톡히 주면 안 될까요? 회장님.”
“어떻게 망신을 줄까? 속 시원히 말 좀 해봐요.”
“이번 기회에 우리도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하는 거예요. 우리는 당당하게 재규어 XKR을 몰고 출전해서 거성 팀을 박살내겠죠. 그런 모습을 언론에도 당당히 알리고 말예요.”
“그거 좋은 생각이야. 거성 애들이 아무리 쉬쉬해도 우리가 언론에 밝히면 자연히 그들의 찌그러진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겠지. 그것 참 깨소금보다도 고소하겠는 걸?”
“그럼 우리도 당장 참가신청서를 올릴까요?”
“그렇게 합시다. 현 양이 좋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오케이야. 그럼… 전에 얘기한 대로 재규어인지 뭔지 하는 그 차를 신속히 구입하도록 해요. 그리고 일본에 연락해서 호성이도 귀국하도록 조치하고.”
“알았습니다, 회장님. 앞으로 두 달 후엔 청춘의 피를 끓게 하는 차… 4,200㏄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한 재규어 XKR을 몰고 포효하는 아드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텔레비전을 통해서 말이지요.”
“좋아! 멋있어! 당장 실행하도록 하세요.”
현성애는 불끈 주먹을 움켜쥐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유민 제련그룹 레이싱 팀의 승리를 다짐하는 모습 같아 보였지만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오로지 복수를 앞당기자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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