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SNS에서 솔직·당당한 발언은 좋지만…무심코 던진‘한마디’가 화근으로…

“나보다 100만원이라도 더 벌어야” 안선영 구체적 액수 거론 구설수

“악플러에 1000원이라도 받아낼거다” 아이유 정면돌파는 좋았지만…

“남자가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수도” 연예병사 옹호 너무 나간 정준호

연예인이 말하거나 글을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특히 말을 잘해야 한다. 말이나 글의 내용은 이해될 만한 데도 맥락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말을 하다가 뭇매를 맞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생각 없이 말하다가는 ‘입방정’ 연예인이 된다.

요즘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전날 자신이 했던 말과 SNS에 올린 글에 대해 ‘와전됐다’며 사과와 해명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무슨 와전될 일이 그리도 많은지 의아할 정도다. 포털에는 ‘논란’과 함께 ‘와전’ ‘해명’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등장한다.

안선영이 ‘라디오스타’에서 한 말은 조금만 생각을 하고 말했다면 그렇게 욕 먹지 않을 수 있었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게 뭐 그리 잘못인가. 방송에도 그런 ‘속물 캐릭터’가 있을 만하다. 오히려 실제로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면서 방송에서는 “저는 돈보다 남자의 마음을 봅니다”라고 말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말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말이 달라야 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혹시 안선영을 보면서 방송과 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돈 많은 남자(또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미혼자들이 있다면 오산이다. 안선영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욕을 먹은 게 아니다.

안선영은 “나는 속물이어서 나보다 100만원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 남자의 연봉이 나보다 100만원이라도 많아야 존경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과거 ‘미녀들의 수다’의 루저 발언이 생각났다. ‘미수다’에 출연한 그 여성은 “키 큰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됐을 텐데, “180㎝ 이하 남자는 루저(loser)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시켰다. 당시 180㎝ 미만의 남성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88만원 세대가 엄존하는 시대에 안선영의 ‘100만원이라도 더’라는 구체적인 액수의 제시는 대중 정서를 건드린 것이다. 실제로 ‘100만원이 우습게 껌딱지로 보이나 봐’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안선영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요인은 말하는 태도다. 안선영의 기사에는 유독 ‘건방지다’는 댓글이 많이 붙는다. 자신의 생각만 전달하면 될 텐데, 건방지다거나 인성 운운하는 반응까지 만들어낸다. 그것은 안선영이 대중 위에 올라오려는 자세 때문이다. 대스타이면서도 겸손한 유재석의 소통법을 조금이라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대중은 안선영의 올챙이 시절을 다 안다. 예비 신랑과 교제하는 기간에 ‘남자의 자격’에 모친과 함께 등장해 주상욱에게 들이대고, 강제 뽀뽀까지 한 것은 예능이라 해도 씁쓸함을 남긴다.

SNS상에 은혁과 함께 찍은 야릇한 사진으로 논란을 빚은 아이유도 ‘화신’에서 비밀결혼설과 임신설을 해명했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라며 토크쇼에 출연한 이상 솔직하게 말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너무 시원하게 털었다. 아이유는 “악플러와 만나면 돌아올 대답은 뻔할 것이다. 사과는 받아내고 ‘왜 그랬어요. 또 올리면 IP 추적해 기억해 낼 게요’라고 말할 거다”고 했다. 이어 “사과에 합의금까지… 용돈까지 벌 수 있다. 나는 1000원이라도 받아 낼 거다”고 한 것은 ‘쿨’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좀 더 진지해야 했다. 아이유는 은혁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실수로 올렸다. 누굴 탓할 것도 없다. 내 실수로 인한 것이니 상대방과 주변에 미안하다”고 전했지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게 옳았다. 그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수많은 논란과 추측이 야기됐음을 생각해 보면 조목조목 해명해 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은혁과 찍은 사진 방출은 아이유에게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잃게 했던 큰 사건이었다. 아이유의 알맹이 없는 두루뭉술한 해명은 오히려 궁금증과 의구심만 증폭시킬 수 있다.

정준호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취지와 장점을 살렸으면 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하면서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연예병사의 안마방 출입)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사과의 글을 올려야 했다. 정준호도 어린 후배들을 챙기려는 발언이었지만, 연예병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어느 정도인지를 잊은 것 같았다. 대중은 연예병사의 특혜성 일탈에 분노를 넘어 공분 단계에 와 있었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뮤지컬배우 백민정은 페이스북에 글 한 번 잘못 올려 출연정지 처분이라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인회 싫어 공연 끝나고 피곤한데 방긋 웃음 지으며 ‘재미있게 보셨어요? 성함이?’ 방실방실~ 얼굴 근육에 경련난다고! 귀찮다”라는 글을 올렸다. 어찌 보면 사적인 투정 정도로 받아들여 줄 만도 했다. 하지만 대중은 사인회도 공연이라는 공적 업무의 연장이라며 무성의함을 비난했다.

뮤지컬 배우는 뮤지컬에 최선을 다하면 됐지 사인회까지 집중해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팬들은 뮤지컬에 감동받은 그 느낌을 나누려고 사인회에 온다. 그런데 배우가 가식적으로 사인회에 임한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 배우나 제작진 입장에서는 뮤지컬에 최선을 다하고 사인회를 열지 말든가, 사인회를 열었으면 가식이 아닌 진정성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

연예인들이 별 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해 한 말이나 글들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사과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많이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중은 연예인이라고 특권의식을 가진 듯한 발언 등 개념 없는 발언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는 맥루한의 말은 매체가 인간의 사고와 사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일 텐데, 이제 대중도 ‘댓글’이라는 매체를 소유해 그때그때 느낀 솔직한 감성을 표현해낸다. 이렇게 모인 게 대중정서다. 대중문화 생산자 못지않게 소비자인 대중들의 영향이 커졌고, 이에 따라 대중들도 대중문화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강해졌다. 이를 간과하는 연예인의 연예 생명력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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