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1회> 바람에 맞서는 법 20

“랠리 카가 북한을 통과하는 데에 따른 국민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대선주자는 유민 회장에 대한 보고에는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로지 국민들의 반응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예상대로 대표님의 대북 조율 능력에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벌인 조사 내용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우리가 따로 부탁한 리서치 회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가 더 궁금하지.”

“장년층, 노년층의 만족도는 압도적입니다. 다만 20대 이하 청년들의 반응이 조금 미진합니다만… 전체적으로 70퍼센트의 성공입니다.”

“됐어요. 그럼 삶아버리세요.”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토사구팽이란 말도 모르십니까? 유민 회장의 임무는 이제 종결되었다는 말입니다. 유민 회장을 그대로 방치하면 곪기만 하겠지요.”

“알겠습니다. 토끼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럼 마지막까지 수고해주세요.”

밀실에서의 대화내용은 간단명료했다. 토끼 사냥이 끝났으니 이제 사냥개는 더 이상 키울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유민 회장에 대한 처우는 특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숙제로 남은 셈이었다.

“박 기사, 차단유리 좀 올려요.”

다시 승용차로 되돌아온 특보는 뒷좌석에 앉자마자 차단유리를 올리라고 명령했다. 차단유리를 올리면 승용차 뒷좌석은 그야말로 통신보안이 유지되는 비밀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 사냥개를 삶기 위한 대책을 비밀리에 꾸며보려는 의도였다. 특보는 유리로 차단된 뒷좌석에서 조용히 유민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이십니까? 접니다. 회장님 덕분에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우리가 승리하게 되면 국민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통해서 평범한 국민이 잘사는 행복한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특보님. 그 말씀도 매우 저를 흥분시키지만… 그 전에, 제가 부탁드린 건은 성사될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는 듣기만 하십시오. 회장님께서는 벌써 계약조건을 잊으신 모양이더군요. 5개국 관통 랠리대회에서 랠리 카들이 북한 영내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주셔야만 회장님을 검찰로부터 자유롭게 해드린다는 것이 우리 조건이었습니다.”

“예? 그럼… 제 부탁을 거절…”

“부탁입니다. 듣기만 해주세요. 더 이상의 거래가 계속된다면 선거법에 위배될 수도 있습니다. 먼저의 계약은 단지 애국심의 발로이며 또한 선거기간 전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지금은 엄중한 선거기간입니다. 우리는 아무런 부탁도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특보는 전화를 끊은 뒤에 두 다리를 뻗은 채 몸을 길게 뒤로 눕혔다. 하지만 유민 회장은 전화기를 여전히 귀에 댄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염병!”

지금이 일일 연속극 상황이었다면 보나 마나 주인공은 뒷목을 잡고 쓰러지고야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민 회장은 대뜸 육두문자부터 내뱉었다. 이제부터 5개국 관통 랠리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뉴스 전, 후 광고를 안 볼 수는 없고… 보자니 HY 훌 푸드의 광고도 저절로 볼 수밖에 없고… 정말 염병이었던 것이다.

게거품인가? 어느새 유민 회장의 입가에는 허연 거품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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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