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5회> 총칼 없는 전쟁 25
신희영이 폴리 아모리, 즉 더블로 즐기는 사랑을 하리라고 마음먹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강준호는 오로지 기둥서방의 자리를 굳혔다는 사실에 혼자 들뜨기 시작했다. 여태껏 그는 신희영의 마음이 오로지 한승우에게 흘러갈 것을 걱정하고 있었으므로 이 기쁨을 후배 매니저 백광돌에게 먼저 알리고 싶었다.
“하여간 형은 단무지예요. 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능이 낮다고요.”
“뭐가 어째? 단무지? 말이면 단 줄 알아?”
“기둥서방이라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한승우… 그 어린 녀석 하나 털어내지 못하고 찬밥 신세로 전락을 해요? 좋습니다. 한승우가 연적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형은 이미 그 녀석의 아킬레스건이 어딘 줄 알잖아요?”
동네어귀 막걸리 집에서 만나 마주앉은 백광돌은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기둥서방 자리를 확보하고 제법 느긋해진 강준호가 심히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녀석의 아킬레스건이 어디야?”
“지난여름 골프 전지훈련 때 그 녀석이 유한솜을 졸졸 따라다니는 거… 봤어요? 못 봤어요. 유한솜이 누굽니까? 신희영의 딸이잖아요. 만약 지난여름에 그 녀석이 유한솜을 넘어뜨렸다고 칩시다. 그럼 신희영은 그 녀석의 장모가 되는 거예요. 신희영 앞에서 형이 그 사실을 물고 늘어졌어야지….”
“들어보니 그럴 듯한 말이다.”
“그럴 듯한 정도가 아니라 치명적인 정보입니다. 신희영이 형에게 임원자리를 내주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형보다 한승우에게 마음이 쏠려있다는 거.”
“그게 아니야. 내가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전문지식은 무슨 개뿔이나! 임원이 별건가? 임원이란 칸에 맞춰서 도장만 잘 찍으면 되는 거예요.”
“그럼 다시 한 번 도전해 볼까? 한승우를 이참에 아예 묻어버려?”
“그러셔야지요. 형이 임원자리에 올라야 나도 하다못해 임원의 운전수 자리라도 얻어낼 수 있잖아요? 형은 왜 자기 생각밖에 못해요?”
“그 말도 들어보니 그럴 듯하다. 역시 너는 책사 자질이 있어.”
“알았으면 내일 당장 신희영을 만나세요. 그리고 밀어붙여요. 당신… 막장 연속극 찍을 거야? 사위를 꼬여서 연애라도 하려는 거야? 이렇게 호통부터 치란 말입니다.”
백광돌은 속이 덜 풀렸는지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쭈욱 들이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강준호의 머릿속에 번쩍! 하고 번개가 내려치는 느낌이 들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에 솥뚜껑도 자라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끊어지면 안 될 아킬레스건이 숨어있거든? 이걸 어쩌면 좋을까?”
“또 뭐가 문젠데요?”
“장모가 사위를 꼬셔내는 것은 분명히 막장 드라마지. 하지만 내가 안고 있는 고민도 비슷해. 내가 신희영을 꼬였는데… 내 딸도 신희영의 아들을 꼬이는 중이거든? 이럴 땐 족보가 어떻게 되는 거지? 어유, 골치야.”
“뭐라고요? 나랑 상의도 없이 그런 일을 벌였어요? 미치겠네… 그럼 뭐야? 결승선에 먼저 골인하는 사람이 이기는 건가요? 지는 사람은 포기하기야?”
얼마나 놀랐는지 백광돌은 하마터면 들고 있던 막걸리 사발을 놓칠 뻔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준호가 꾸민 짓이 ‘단무지’와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알리바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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