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의 서’수지 군더더기 버리고 단순한 ‘선’으로 고급스럽게 몸의 아름다운 실루엣 위해 실크소재 사용
▶‘장옥정, 사랑에 살다’김태희 원색·커다란 자수로 우아하고 당당하게 숨겨진 욕망 표현…화려한 ‘한복의 향연’
사극의 ‘숨은 꽃’은 의상이다. 여느 인기드라마에 등장하는 스타일처럼 ‘완판’ 행진을 기록할 일은 없지만 캐릭터와 스토리를 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신호체계다. 이미 막을 올린 월화 안방의 ‘사극대첩’에서도 두 주인공의 의상은 볼거리다. MBC ‘구가의 서’의 수지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김태희가 그 주인공이다.
스토리가 판이한 만큼 두 사람의 의상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기본은 같다 ‘소녀무사’ 담여울을 연기하는 수지도, ‘전에 없던 장옥정’을 연기하는 김태희도 “돋보여야 한다”는 것. 반드시 “예뻐 보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두 사람의 의상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단벌인 줄 알았지?” 수지= ‘국민첫사랑’ 수지의 ‘소녀무사’ 변신은 신선했다. 심지어 초반에 ‘남장여자’였다.
풋풋한 서연(‘건축학개론’)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여울(‘구가의 서’)이지만, ‘여성스러움’을 자제해야 하는 씩씩한 무사였기에 의상팀의 고민은 깊었다. 드라마를 이끄는 강은경 작가와 신우철 감독의 요구도 있었다. ‘군더더기는 버리자’는 것.
그 결과, MBC 미술센터 의상팀의 자체 제작으로 완성된 수지의 의상은 “정수만 남긴 심플한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일단 구김이 가지 않는 실크 소재를 사용해 씩씩한 소녀무사의 활극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분주히 뛰어다니는 수지의 몸에서 아름다운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색상의 기본은 짙푸른색. 여성스러운 디자인은 배제하고, ‘선’을 단순화했다. 컬러는 일률적으로 블루로 통일해 ‘반인반수’ 최강치를 연기하는 이승기의 붉은색 의상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게 했다.
드라마에서 노상 도복 차림이기에, 16부까지 방영된 현재 수지가 ‘단벌신사’로 보였다면 큰 결례다. 수지는 현재까지 총 3벌의 디자인을 입었다. 무사 역할인 탓에 파손과 대역을 고려해 제작 당시엔 기본적으로 두 벌을 만든다.
디자인이 단순한 무사 복장이라 제작비가 얼마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오산이다. 박현임 디자이너는 “의상 콘셉트가 ‘고급스러움’이다. 여울의 의상은 모두 실크를 염색해 제작한 의상으로 기존 사극의 무사들의 의상비용보다 더 많이 들었다”면서 “다른 부분에서 예산을 절감해 여울과 강치 의상제작비를 더 들였다. 사극이라는 장점을 활용, (다른 배역의 경우) MBC 미술센터 재고도 200% 활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14부 이후 등장한 여자가 된 수지의 고운 한복은 무사의 모습은 떠올리지 않게 하기 위해 ‘꽃’을 콘셉트로 단아한 여울의 모습을 살렸다. 소녀인 탓에, 화려함은 금물이다.
▶“한복이 이렇게 화려할 줄은” 김태희=‘장옥정, 사랑에 살다(‘장옥정’)’의 콘셉트도 분명하다. 화려함과 당당함이다. 신분상승 욕구를 품은 ‘악녀’ 장옥정, 거기에 전에 없던 ‘침방나인(한복 디자이너)’으로 출연하는 김태희다. 그에 걸맞게 다양하고 우아한 ‘한복의 향연’이 드라마에서 펼쳐진다.
‘장옥정’의 의상 제작지원을 맡고 있는 단한복은 김태희의 의상에 대해 “천민 출신에서 침방나인으로 입궁해 희빈이 자리에 오른 장옥정에게 옷은 ‘신분상승의 날개’이며 ‘숨겨진 욕망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의상 선택의 기준은 여기에서 나온다. 김태희는 지금까지 40벌의 한복을 입었다. 특징이라면 일에 대한 열정과 당당함을 가진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파스텔 색상보다는 원색을, 아기자기한 문양보다는 커다란 자수 디자인을 한복에 담아낸 것.
역사에 근거해 장옥정의 의상을 살펴보면 더 재밌다. 장옥정은 붉은색과 보라색 등 원색과 자수가 놓인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데, 붉은빛은 궁궐의 왕비들에게만 허락된 색상이었다는 것. 미천한 신분의 장옥정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던 색의 의상임에도 드라마는 장옥정의 내면을 반영해 과감히 전에 없던 의상을 선보였다.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역사적 고증에 충실했다. 16세기 예복 형태인 한복의 이중 치마를 장옥정 치마에 적용한 것이 그 예다.
궁중의상으로 특별제작된 김태희의 의상은 화려하고 다양한 만큼 가격도 상당하다. 한 벌당 100만~300만원 수준. 하지만 최고가는 드라마 후반부에 등장하게 된다.
장옥정의 왕비 대례식 장면에서 김태희가 입을 의상은 바로 적의(왕비나 세자빈이 국혼 가례식이나 왕실 연회에서 입는 법복). 단한복의 박선이 원장은 이 의상에 대해 “국모의 품격에 맞게 최고의 원단을 사용했고, 손으로 수차례의 염색을 거쳐 일일이 자수를 놓은 화려한 문양으로 완성됐다”면서 “제작기간만 25일이 걸리고, 가격으로 치면 1000만원 정도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MBC‘구가의 서’, SBS‘장옥정, 사랑에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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