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한달전부터 연기자들과 거의 카운트다운을 했죠. 여섯, 다섯, 넷. 이제 네번 남았어요.”
전국시청률 40%가 넘는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종영까지 단 4회 남았다. 제작진은 다음주 야외 촬영만 남겨두고 스튜디오 촬영을 지난 21일 모두 끝냈다. 마지막 스튜디오 촬영 도중 전화로 만난 ‘서영이’ 이보영은 “1월 시작하면서 ‘내가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란 마음이었다. 하루 하루가 아깝다”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서영은 아버지 삼재(천호진 역)가 없는 척 결혼했다가 거짓말 한 사실이 들통 나 이혼했고, 자존심 때문에 삼재나 전 남편 우재(이상윤 분)와 아직 화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20일) 밤에 마지막 대본이 다 나왔어요. 서영이 다음주부터 입을 떼기 시작해요. 이젠 화도 낼 줄 알고, 그전엔 말도 못하고, 어떻게 표현할 지 몰랐던 애가 슬슬 입을 열기 시작하고, 웃어요.”
이보영은 결말에 대해 “해피엔딩 이겠죠?”라고 했다.
서영은 외환위기(IMF) 때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천덕꾸러기 아버지를 어떻게 용서하게 될까. “서영이가 성장한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엔 자기 시선에서 아버지를 바라봤지만, 이젠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가면서 ‘아빠가 나 때문에 꿈을 접었구나’ 생각하죠. 아버지를 한 남성으로 이해하게 되는 거 같아요. 엄마가 여자이고 아빠가 남자였다는 거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저 사람도 우리 나이를 거쳤구나 알게되는 거죠.”
이보영은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각자의 홀로서기, 내적 성숙이라고 했다. “드라마는 모든 인물이 성장하고 있어요. 우재, 시어머니 차지선(김혜옥 분), 시아버지 강기범(최정우 분)까지. 온전치 못하고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채 어린 마음으로 누구에게 기대려고 시작했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게 쫑 나죠. 일도 잡고 사랑도 잡고 싶지만, 나 스스로를 찾는 게 먼저에요. 차지선도 스스를 찾고서 대등하게 됐잖아요.”
이보영은 극 초반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을 한 서영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일반적이지 않지만, 주변에 가족과 관계 끊고 안보는 사람도 많아요. 가족이니까 편해서, 이기적이어서 상처줬던 행동들을 용서할 수 있느냐 문제인데. 서영의 거짓말은 의도된 바는 아니었어요. 되돌리기에 너무 늦어진거죠. 소통이 좀 부족한 인물이죠.”
그는 서영이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어서 욕먹을 각오를 했다. 시청자를 이해시키는 건 연기자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초반 ‘막장’ 얘기를 들었을 땐 서운하고 속상했다. “시청자 분들 반응이 초반엔 ‘저럴 수 있을까?’, 중반엔 ‘왜 저러냐?’, 나중엔 ‘저럴 수도 있겠다’라고 바뀌었어요. 서영이 편이 많아졌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만족해요. 목표를 달성한 느낌이에요.”
극 초반 절제된 감정 연기가 밋밋해 보였다는 지적에 그는 “하면서 심심하게 한 거 아닌가란 생각 들었지만, 서영이 캐릭터를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시청률도 서영이 집을 나오면서부터 폭발했다. 절제했던 모습이 풀어지고, 갑옷에 싸여져 있는 거를 풀면서 성장한 거다”라고 답했다.
드라마 시청률도 높고, 촬영 현장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동료 연기자들과는 헤어지기 아쉬울 만큼 돈독해졌다. “2005년 ‘어여쁜 당신’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단체 대기실을 썼어요. 사실 처음엔 불편했죠. 서영이는 예민한 장면 투성인데, 소리도 거슬리고. 지금은 주말 약속도 안잡아요. 금요일 촬영 끝나면 젊은 애들끼리 맥주마시고, 토요일에는 팀버튼 전도 보러가고 단체로 레미제라블도 봤어요. 드라마 끝나면 그런게 아쉽고 그리울 거 같아요. 이렇게 호흡 잘 맞는 사람들을 또 만나기 힘들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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