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후배 매니저들이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둔다. 박봉이라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목표가 혼란스러워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동기 부여가 안 되니 자기 설계가 잘 안 된다.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매니저의 존재감은 약한 것 같다.”
하정우, 지진희, 염정아, 주진모 등 배우 40여명이 소속된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는 아직도 매니저를 가방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싸이더스HQ에 입사해 매니저 생활을 시작했던 나 대표는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매뉴얼 부재를 통감하고 전문화된 시스템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가방 들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고 계속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들이 준비가 안돼 있는 거다. 전문화된 시스템이 없다보니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매니저로서의 기본부터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했다.” 나 대표는 매니저 시절 맡은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모니터하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현장의 카메라 뒤에서 무엇을 모니터링 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시절도 있었다. “연기나 노래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떻게 배우와 아티스트를 파악할 수 있겠나. 우리가 그것을 알아야 하고 매니지먼트와 마케팅도 숙지해서 배우들에게도 가르쳐주면 왜 매니저와 배우가 파트너여야 하는지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다. 한류가 활성화된다고 영어만 잘한다고 매니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술과 전략 면에서 전문적으로 트레이닝 돼야 한다.”
나 대표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 있었다. “저 배우(스타)가 회사를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계약기간은?”이라는 질문이었다.
“인맥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체제가 안 돼 있어 톱스타가 나가게 될까봐 불안한 거다. 그러니 톱스타를 모시고 산다. 저 배우가 나가면 이젠 끝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판타지오의 가치가 그런 걸로 매겨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점에서 나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가수 양성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기획과 마케팅, 트레이닝 시스템이 잡혀 있으면 스타가 나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SM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한 건 이유가 있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 쪽에서도 동방신기 같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 같은 게 생긴다면 다들 부러워할 것이다. 우리 자체의 기술과 노력,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거니까. 이런 선례가 있다면 투자자들도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다. 사장과 공장장이 출근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매니지먼트 시스템, 이것이 R&D 개념으로서의 매니저 양성기관이다. 오는 6월 대학로 소극장을 인수해 문을 여는 것도 R&D의 일환이다. 우리가 양성하는 신인 데뷔 무대이기도 하고, 좋은 신인을 발굴하려는 공간이기도 할 것이며 TV와는 다른, 팬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나 대표는 이미 신인 걸그룹 헬로비너스를 론칭시켜 지난 3년간의 R&D 결실을 테스트해 봤다. 이런 경험을 통해 R&D 방향을 수정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다. 그는 매니지먼트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 컨디션이 안 좋으면 곧바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만큼 뛰어난 매니저의 발굴은 중요하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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