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9회> 총칼 없는 전쟁 (19)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1974년 산 치타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네 사람의 심정은 제각각이었다.
“저렇게 오래 주무르다간… 터져버리겠군, 쯧쯧.”
실제상황에 접하고 있는 유호성이야 시간이 멈추길 바라겠지만 어차피 남의 떡… 애먼 놈이 주무르고 있는 젖가슴을 유리창 너머로 훔쳐보고 있는 권도일은 어서 진도 나가기만을 바라는 중이었다. 그런가 하면…
“저거 아무리 봐도 성형발이죠? 뻔해, 의느님 작품일 거야.”
“의느님?”
“의사 하느님… 의술을 갖춘 조물주!”
그 상황에서도 현성애는 여자 주인공의 탐스런 젖가슴을 시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여자 주인공은 어쩌면 노출된 젖가슴의 아름다움에 스스로 취하여 은근히 자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자의 시기심은 그래서 무서운 법이다. 시기심이란 덫에 걸려들기만 하면 그 누구라도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
“저건 오리지널예요. 자연스럽잖아요? 마리 앙뜨와네뜨도 울고 가겠어요.”
“마리… 누구요?”
“앙뜨와 네뜨!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요.”
“아! 제 가슴을 자랑하지 못해서 안달을 떨었던 여자요?”
“그랬나요? 앙뜨와네뜨가?”
기가 막혀서…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었다.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 프티 트리아농이란 별궁을 짓고 살던 왕비, 국민 평균소득의 300배에 달하는 돈을 한 해 동안의 드레스 값으로 써버린 호화판 왕비, 라톤의 샘, 아폴론의 샘, 넵튠의 샘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정원을 거닐며 살아가다가 끝내 혁명의 칼날아래 무릎을 꿇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왕비.
그런 왕비가 울고 갈 지경이라는 말에 현성애는 혀를 내둘렀다.
“전무님도 역시 보통남자와 다를 바 없군요. 어째서 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보면 이성을 잃을까요?”
“괜히 트집 잡지 말고 저기 좀 봐요. 저 녀석… 드디어 치마를 벗겼어요.”
현성애가 뭐라고 질투를 하든 권도일 입장에선 쇠귀에 경 읽기였다. 그는 오로지 자동차 안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쇼에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이미 여기에 찾아 온 목적을 상실한 지도 오래였다. 에라 유호성이면 어떻고 원빈이나 장동건 인들 또한 어떠하랴. 이제 스커트가 벗겨졌으니 조만간 삼각형 천 쪼가리도 벗겨질 텐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치마를 벗겨내자… 눈으로만 보아도 자동차 실내에는 뜨거운 열기가 후끈 넘쳐나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 오랫동안 있으면 눈의 동공이 커져서 점차 시야가 확보된다고 했던가? 언제부터인지 자동차 실내가 제법 훤히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는데 유독 여자 주인공의 벗은 몸에서는 자르르한 윤기가 흘러넘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이쿠, 저 놈 봐라?”
“왜요? 다 벗겼어요?”
어디선가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온 순찰차가 그들 옆에 바짝 붙어 선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무궁화를 잡고 날아오르는 참수리 문양의 경찰마크가 큼지막이 찍힌 문이 열리면서 조용히 내려 선 사람들은 역시… 도로 순찰 중이던 두 명의 교통경찰이었다. 무얼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을까? 궁금하긴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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