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음악의 나라 이탈리아에 한국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수많은 이탈리아 관객 앞에 선 다부진 체격의 바리톤은 나폴리의 칸초네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를 불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전문 성악가 못지 않은 실력을 뽐낸 주인공은 ‘노래하는 안과의사’ 박영순(59) 아이러브안과 원장이다.

“노래는 감정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생명입니다. 최선을 다해 그 순간 집중해서 불러야죠. 그렇지 않으면 전혀 감동스럽지 않습니다” 박 원장은 성악 얘기에 금세 진지해졌다.

박 원장이 처음 성악을 접한 건 7년 전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편에게 성악은 새로우면서 훌륭한 취미가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젊은 시절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사랑했던 박 원장 역시 음악에 대한 동경을 잊지 않았다. 박 원장은 곧 성악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모든 것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악보를 보는 것부터 낯선 이탈리아어와 독일어 등을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럴 때면 부인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절대음감을 가진 부인은 박 원장이 노래를 부를 때면 정확한 음을 내도록 지적해주고 어려운 부분은 직접 가르쳐줬다.

중앙대학교 예체능 계열 부총장인 처형 이연화 교수도 박 원장의 조력자였다. 훌륭한 스승을 소개시켜준 것은 물론 2006년 박 원장이 문호아트홀에서 첫 독창회를 열 땐 직접 피아노 반주자로 나서 박 원장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다. “첫 공연이라 무대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반주가 워낙 좋아서 노래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주변 사람들도 아낌 없는 박수를 쏟아냈다.

박 원장은 요즘도 저녁 늦게 병원 문을 닫으면 성악가 박영순으로 변신한다. 레슨을 빼놓지 않는 것은 물론 목을 아끼기 위해 마스크를 챙기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아침마다 복싱 체육관에서 땀을 흘린다.

박 원장이 이처럼 본업인 의료 못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는 건 그에게 성악이 단순한 취미 이상이기 때문이다. 몽골과 캄보디아 등에서 꾸준히 의료 봉사활동을 해온 박 원장에게 성악은 사랑을 나누는 또 다른 길이다. 박 원장은 지난 2010년 11월 몰도바 국립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백내장 환자를 위한 기금마련 콘서트를 열어 저소득층 환자 100명에게 무료 백내장 시술을 해줬다.

박 원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길 소망한다. “안과 의사로서 의술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있어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내 음악으로 마음을 위로해주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음악으로 빛을 선물하고 봉사로 의술을 실천하는 박 원장의 입가엔 오늘도 아름다운 사랑의 음표가 그려지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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