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8회> 바람에맞서는 법(7)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폭풍 전야… 보고를 끝낸 강준호는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아직 랠리 경기는 시작되지 않았고, 신희영에게 1차 보고는 완료했고, 골프장 인근 호텔로 빼돌린 직원들 역시 무료하게 시간만 죽이고 있었으니…

“호텔방에서 죽치면 뭐해? 술이나 빨러 가던지 하다못해 산보라도 해야지… 엉덩이에 땀띠 나겠어. 안 그래요?”

도화선에 불을 댕긴 셈이었다. 의당히 유호성 선수를 보필했어야만 했던 HY 훌 푸드 직원들, 그러나 강준호의 꾐에 빠져 랠리 기간 내내 골프를 치기로 한 사람들, 소위 유호성 케어팀원들은 강준호의 이 말 한 마디에 환호성을 질러댔다.

어차피 행적이 들통 나는 날에는 사표를 써야만 할 것이라며 주눅 들어있던 차에 보스가 술이나 빨러 가자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을 터, 그들은 강준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옷을 주워 입고 호텔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강 프로님, 술도 좋지만 내일의 골프경기를 위해서… 굳어있는 뼈와 살을 녹신녹신하게 다스리는 건 어떨까요?”

이를테면 술은 기본사항이고, 술보다 좀 더 좋은 추가사항은 없냐는 투정이었다. 혹시라도 신희영에게 걸리면 참수당할 인생… 보험회사에 목숨을 저당 잡히는 심정으로 화끈하게 놀아보자는 소원수리였다.

“하긴… 내일 우리가 라운드 할 곳이 그 유명한 톰슨 골프장이란 말입니다. 상하이에서 유일한 세계경기 급 골프장일뿐더러 무려 1억 달러나 들여서 지은 코스인데, 거기서 뒤땅이나 치며 억! 억! 소리를 내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안마라든지 혹은 발 마사지라도…”

“크크, 그럽시다, 까짓 거.”

“마사지요? 그렇잖아도 날씨가 습해서 온 몸이 찐득거렸는데… 좋긴 합니다만 때가 밀리면 어쩌나.”

“걱정 마세요. 기름 마사지는 때가 안 밀려요.”

골프가 그렇게도 좋은가? 골프에 정신 팔려 인생 막장에 이른 사람들이 무릇 기하이던가. 국무총리, 장관, 고위급 공무원 등등을 위시해서 카드깡으로 그린피를 마련하는 백수에 이르기까지… 하긴,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우리네 인생.

“내일은 노터치 게임입니다.”

“알았네, 공에 달린 털도 건드리면 안 돼.”

골프공에 웬 털? 어쨌거나 강준호는 여섯 명의 케어 팀원들을 이끌고 상해의 밤거리로 나서야만 했다. 우선 그 작자들 몸에 기름칠부터 해주고 볼 요량이었다. 어차피 이번 랠리가 끝나기 전에 유호성의 초상부터 치르게 될 터, 내친 김에 제 자신부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시고 놀아야만 했던 것이다.

이심전심일까? 아니면 강준호와 오랫동안 몸 친구로 맺어져 있었기 때문일까? 폭풍전야의 고요에 헛헛함을 느끼기는 신희영도 매일반이었다. HY 훌 푸드의 여왕으로 군림한지 벌써 사흘이 넘었건만 이토록 헛헛한 마음조차 메워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문득 불만스럽기도 했던 것이다.

‘옛날 왕비나 여왕들은 이럴 때 어떻게 놀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겠지. 누구나 이런 망상에 빠져본 적이 있겠지만 그저 쓴웃음 한 번에 털어내곤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신희영은 남달랐다. 그녀는 갑자기 올라앉게 된 왕좌의 권위를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던 것이다.

“이봐요, 홍보이사! 우리 광고에 모델로 쓸 꽃미남들 면접을 봐야겠어요. 지금 당장!”

이미 퇴근이 임박한 무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인터폰을 눌러 홍보이사를 호출했다. 지금 당장에 꽃미남 모델 후보들을 대령하라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