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더피플(We the People)’이 최근 중국인들에게 점령당했다.
9일 중국 신징바오(新京報)는 중국인들이 중국어 또는 영어로 된 글을 무더기를 올리며 이 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도 ‘베이징에서 젠빙궈즈(중국 유명 길거리 음식)를 없애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한다’ ‘순두부찌개를 단맛으로 공식 지정해달라’는 등 여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해야 한다’는 청원서도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백악관의 청원 사이트가 중국인들의 황당한 요구로 도배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정작 이슈가 되고 있는 ‘칭화(淸華)대 여대생 주링(朱令ㆍ40) 테러사건 청원’ 사건을 애써 덮으려는 의도로 관측되고 있다.
이 사건은 1994년 당시 칭화대 화학과에 다니던 여대생 주링이 탈륨 테러를 당한 것으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청원 서명은 벌써 13만건을 넘어섰다.
주링은 당시 의문의 탈륨에 중독돼 쓰러진 뒤 시력을 잃었으며 사지 마비와 지능이 유아 수준으로 떨어져 노부모가 보살피고 있다. ‘은밀한 독극물’로 알려진 탈륨은 일반인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화학물질로 신경장애 및 위장 경련, 급속 탈모 등 인체에 치명적이다.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같은 과 동기인 쑨웨이(孫維)가 주링을 시기해 저지른 범행으로 알려졌지만, 쑨웨이는 한차례의 형식적인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그리고 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건너가 이름을 바꾸고 잠적해버렸다. 쑨웨이는 쑨푸링(孫孚淩) 전 정협 부주석의 조카며, 할아버지인 쑨웨치(孫越崎)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주링 사건이 백악관 사이트에 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끌자 중국 정부는 9일 “오래 전 사건이라 증거물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쑨웨이가 미국에 있으므로 미국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며 미국 정부에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위더피플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시민의 정치참여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려고 2011년 9월에 개설한 사이트다. 백악관은 청원자가 10만명 이상일 경우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이미 13만명의 서명을 받은 주링 사건에 미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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