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PD-이서진 콤비 플레이…
tvN ‘꽃보다 할배’를 보면 나영석 PD가 할배들에게 자주 무릎을 꿇고 설명한다. 출연진을 귀하게 여기고, 높이를 맞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 전체를 책임지는 나 PD는 겉으로는 유들유들하지만 힘들지 않을 수 없다. 힘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프로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보다 연세가 더 많은 ‘꽃할배’ 멤버들을 모시고 여행 버라이어티를 촬영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나 PD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나 PD는 “유일하게 만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이서진 형”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서진에게 조금 더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을 자꾸 던지고, 깐죽거리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급속히 친해져 서로 마음껏 ‘디스’하는 사이가 됐다. 둘 다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책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이 같은 릴렉스 전략은 오히려 ‘꽃보다 할배’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꽃보다 할배’ 디렉터스 컷을 보면 ‘짐꾼’이자 ‘가이드’ 이서진도 얼마나 힘들게 생활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서진은 계단에서 할배들의 짐을 들어주고 길만 안내하는 게 아니었다. 네 명의 할배들은 모두 제각기 흩어져버렸다. 몽마르트르언덕 등에서의 행적을 보니 박근형은 길을 걷다가 기념품 숍에 쏙 들어가 버리고, 이순재는 오로지 진격하며, 백일섭은 완전히 뒤로 처져버린다. 이 사이에 신구가 있었다. 이서진은 여행 나흘 만에 요령이 생겼다. 두 사람의 행방만 파악하면 전체를 내다볼 수 있다는 걸 터득했다.
이서진이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 동물애호가인 이순재가 동물에게 줄 바게트를 미리 챙기고, 스트라스부르행 테제베 열차 안에서 할배들의 식사를 일일이 주문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나 가이드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의 노예 수준이라고 하니 이서진은 “나에게 노예근성이 있나 봐”라고 웃으며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런 이서진도 할배들이 잠자리에 들면 거만한(?) 포즈로 바뀐다고 한다. 거기서부터 누구의 눈치도 안 보는 자유시간이다. 그때 1~2시간 정도 왕 노릇을 하고 잠을 잔다. 43세인 그는 스태프 사이에서는 최고령이다. 나 PD는 ‘새벽의 왕’이라고 놀렸다. ‘짐꾼’ 이서진의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책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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