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재원조달책, 죽었다 깨어나도 35조 못만든다”
추경 국채발행 시 물가충격·국채비율 증가세 우려
“巨野, 무조건적 증액 요구는 정권교체 부정…합리적 심사돼야”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 기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0년 가까이 누적된 국가부채가 약 600조인데, 문재인 정부 5년간 400조가 들어서 이제 ‘천조국(국가부채 1000조원 국가)’이 됐어요. 이게 다 미래 세대의 빚으로 전가되는 겁니다. 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하자는 건, 미래 세대의 재원을 당겨 쓰는 ‘가불 추경’을 하겠다는 거예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35조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요구를 정면 비판했다. 송 의원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제2차관을 거친 여당의 대표 ‘예산통’이다. 그는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서 추경으로 재정지출 늘리면 한국은행의 고금리 정책효과와 상충돼 물가를 잡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지금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세계잉여금, 업무추진비나 특활비 감액, 불용 확정된 사업의 감액 등으로 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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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의원은 우선 이 대표가 주장한 재원 조달책의 ‘비현실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달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계(歲計)잉여금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 감액 ▷불용(不用) 확정된 사업비 감액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면 국채 발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송 의원은 “소위 죽었다 깨어나도 이 3가지 방법으로 35조원을 만들 수 없다”며 “결국은 대부분 국채를 발행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세계잉여금은 규정에 따라 지방교부세(41%)를 가장 먼저 정산해야 하고, 공적자금 상환(30%), 국채 상환(30%) 등에 사용해야 한다”며 “이를 감안하면 9조1000억원 가운데 2조5000억원정도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3000억원 규모의 업추비·특활비 중 상반기 사용분을 제하면 1500억원정도가 남는데, 이것이 필요없다는 건 전국 100만 공무원에게 업무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용 확정 사업비에 대해서는 “평균적으로 연 10조원에 가까운 불용 확정 예산을 재원으로 쓸 수는 있지만, 상반기 중에 확정을 하기엔 이르다”며 “상반기에 불용 확정이 됐다는 건 지난 연말 예산심사에서 불필요한 사업을 원내 제1당이자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통과를 시켰다는 모순에 부딪힌다”고 꼬집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51%로, 선진국 평균인 117.9%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미국은 128.1%, 일본은 262.5%, 안정적 경제를 자랑하는 독일도 70%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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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낮아 추경 여력이 있다’는 이 대표의 주장도 반박했다. 송 의원은 “총량이 아니라 증가하는 속도가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국가채무비율이 36%에서 51%로 늘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10배 가까이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특히 노령인구가 늘어날수록 국채 발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령사회 진입 당시 유럽국가와 대한민국의 국채비율을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1970년대 고령사회에 진입한 유럽국가들의 국채비율은 독일(18.6%) 프랑스(21.1%) 스페인(27.9%) 등으로 30% 미만이었으나 현재 80~90%대까지 증가했다. 송 의원은 “고령사회 이후 추가적인 국가 재정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2017년 고령사회 진입 당시 36%였는데,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극단적일 경우 OECD 국가가 30년 걸린 과정을 3년 만에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 의원은 야당 반대로 지연되는 재정준칙 법제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GDP 대비 국채비율이 60%를 넘을 경우 적자한도 비율을 2% 이내로 조정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 위기 상황은 예외로 둔다.
그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단순 선언에 그친다는 주장은 내용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법제화를 시켜놓으면 정부가 재정 운용을 할 때 반드시 지킬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가 패널티를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160여개 국가가 재정준칙을 법제화했다”며 “우리나라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말미에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송영길·백재현 전 의원 등이 법안을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송 의원은 정기국회에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절대 다수인 민주당이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줬으면 한다”며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22일) 기록을 세운 2023년도 예산안 심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표 예산을 무조건 삭감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적인 증액을 주장하는 것도 정권 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치 공방은 배제하고, 합리적인 재정관리·운용 쪽으로 심사를 모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