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50년만의 최악 가뭄에 산업계 고민 커져
석유화학사 주요 경영진, 수시로 가뭄 대책 논의
“정부·산단 차원 지원 절실”
[헤럴드경제=양대근·배문숙 기자] “어제도 다른 석유화학업계 대표들과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가뭄이) 더 심각해지면 정말 공장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A석유화학사 최고경영자)
호남을 비롯한 남부지역에 50년만의 최악 가뭄이 지속되면서 지역사회를 넘어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일 시설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이하 여수산단)에서는 공업용수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과 그로 인한 천문학적 피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산단과 광양국가산단 등에 주요 공장을 둔 국내 주요 석유화학·정유·철강사들은 가뭄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다양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들 업계 모두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대량의 공업용수가 필수적이다.
광주·전남 최대 광역상수원이자 공업용수 공급의 중심지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지난 6일 19.76%를 기록하며 2009년 4월 이후 14년 만에 20%대 저수율이 무너졌다.
주암댐과 인접한 여수산단의 경우 LG화학을 비롯해 롯데케미칼·GS칼텍스·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정유·석화 기업의 생산시설이 몰려 있다.
가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작년 말부터 아예 정기 보수에 돌입했거나 마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시기를 기존보다 더 앞당겨서 공장 가동을 부분적으로 멈추는 것만으로도 하루 평균 1만8000t의 공업용수를 아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말 여수NCC 산단 중 일부 시설의 보수를 마쳤다. 다른 주요 시설들도 3~4월로 앞당겨 정기 보수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장 가동 자체는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다만 가뭄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모두 공유하고 있고, 선제적으로 물을 아낄 수 있도록 자발적인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성 롯데케미칼 생산본부장은 “가뭄 대응을 위해 공장 정비 작업을 앞당기고 방류되는 냉각수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폐수 재이용 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스코는 용수 부족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후판 등 일부 공장의 수리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하반기로 예정됐던 또 다른 공정 라인의 정비도 상반기 중으로 앞당겨 실시할 계획이다. 순천에 공장을 둔 현대제철은 산단에 ‘물을 아껴쓰자’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자체 대비에 나섰다.
여수에서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한화에너지 역시 주암댐에서 공급받는 용수가 부족해지자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정기 보수를 올 상반기에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1월 여수·광양 산단은 일평균 공업용수를 75만8000t 사용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일평균 사용량은 70만6000t으로 4만8000t 가량 줄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개별 기업만으로는 가뭄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호소도 이어진다. B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인근의 공장이 긴밀하게 연락해서 공동 대응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당장 공장을 멈추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가나 지자체, 산단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여수산업단지 입주기업인 롯데케미칼과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해 가뭄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장 차관은 “범부처 가뭄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보성강댐의 발전용수를 주암댐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산업단지에 수해방지 시스템, 폐수 재이용 설비 등 재난대응 설비를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께 장마기에 접어들어야 이번 가뭄이 해갈될 것으로 보고 그때까지 공장 가동 중단 등 최악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bigroo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