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 경희대 교수
조현용 경희대 교수

세상에는 똑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쌍둥이도 다르고, 같은 기계에서 나온 생산물도 저마다 다릅니다. 다르기에 궁금하고, 다르기에 재미있습니다. 다르다는 말은 특별하다는 뜻입니다. 다르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면 차별을 합니다. 알고 보면 모두 다르지만 모두 닮았습니다. 쌍둥이만 닮은 게 아닙니다. 사람이 모두 닮았고, 사람과 자연이 닮았습니다. 닮은 점을 찾아가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이고 동시에 여럿입니다.

어원을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저는 ‘다르다’와 ‘닮다’가 어원이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고, 닮은 것은 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것은 없지만, 완전히 다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훌륭한 깨달음입니다. 언어가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종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우리는 다르지만 닮은 사람입니다.

우리말 ‘비슷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것은 사실 같은 게 아닙니다. ‘비슷한 말’의 뜻은 완전히 같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비슷한 말을 같은 말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비슷하다와 어원적으로 관련이 있는 어휘는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대표적으로는 ‘빗나가다, 빗맞다’를 들 수 있습니다. 둘 다 방향이 정확지 않거나 잘못 맞았음을 알 수 있는 표현입니다. ‘빗금, 비탈, 비틀다, 비틀거리다, 비뚤어지다’ 등은 모두 흔들리고, 사선(斜線)으로 되어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비슷한 말의 한자어는 동의어가 아니라 유의어지만, 동의어라고 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걸 그냥 같은 걸로 보는 거죠.

‘같다’라는 말은 어떨까요? 세상에 완전히 같은 것은 없다고 했지만, ‘같다’라는 말은 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저도 이 단어에 오랫동안 고민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같이’라는 표현이 비슷하다는 의미와 ‘함께’라는 뜻으로 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꽃같이’는 비슷하다는 뜻이지만 ‘같이 살아요’는 함께라는 의미입니다. ‘같이’의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같다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가깝다에서 온 말이었습니다. 가깝기 때문에 같다고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비유 표현에 같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바람같이, 하늘같이’처럼 말입니다. 가깝게 느껴졌다는 뜻입니다. ‘같이 갑시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가까이에 서서 가자는 의미였을 겁니다.

한편 우리말의 나와 너를 보면 재미있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의 대표선수입니다. 아는 맞고, 어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거죠. 중요한 깨달음입니다. 나와 너는 다른 존재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닮은 사람이죠. 사람은 모두 닮았습니다. 나와 너가 아닌 사람을 우리말에서는 ‘누’라고 합니다. ‘누’도 다르지만 닮은 사람입니다. 다르지만 닮았다는 건 참 좋은 생각입니다. 세상에 완전히 같은 것은 없지만 전혀 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합니다.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차별하고, 서로를 틀렸다고 배제하는 것은 우리말이 보여주는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다르다, 비슷하다, 같다는 닮은 이들이 같이 사는 세상을 보여줍니다. 함께라는 말은 그렇게 하나가 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한’이 들어간 말입니다. ‘함께’의 반대로 나타나는 표현은 ‘한낱’입니다. 하나 하나 낱낱이 된 모습입니다. 서로 뿔뿔이 흩어지면 한낱의 존재가 되고 맙니다. 모두 같이하는 삶을 꿈꿉니다. 우리는 모두 가까운 사람입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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