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가 주주로 있는 기업, 이른바 ‘주인없는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경영 비효율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주주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계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화되면 정부의 입김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표 연임이 논의되고 있는 KT나, 전 정권에서 회장을 뽑은 포스코그룹이 대상으로 언급된다.
윤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언은 오는 3월 KT가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는 KT, 8.5%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은 정권이 바뀔 때면 최고경영진이 경영권을 내려놓는 ‘흑역사’를 반복해왔다. 구 대표는 문재인 정권기이던 지난 2020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회장직에 올랐다.
현재 KT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구 대표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구 대표를 따르는 우호 지분도 많은 상황이다. 2020년 3월 30일 구 대표 취임 당시 2만원을 넘지 못했던 KT 주가는 내부 혁신과 실적 호조로 4만원대까지 넘보고 있다. KT 시가총액은 2013년 6월 이후 9년여 만인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을 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해도 소액주주와 우호 주주들은 주가와 실적을 고려해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정권이 교체되면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앞서 박태준 초대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불화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황경노·정명식 회장도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뒤를 이은 김만제 회장, 유상부 회장, 이구택 회장도 정부 출범 직후 중도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때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자진사퇴, 박근혜 정부 때 회장에 오른 권오준 회장도 연임에 성공했지만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권을 놓고서 정권이 문제 삼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경영 생태계 전반을 놓고 봤을 때 썩 좋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산업계 관계자도 “스튜어트십 코드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계 인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사회적인 책임이 강조된다는 점에서는 일부 긍정적일 수 있으나, 기업 경영에는 나쁜 영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일·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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