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OK)사인 처럼 보이지만 백인우월주의 의미

학력, 경력, 혈통 가짜…옷가게 절도 혐의까지 점입가경

[MSNBC 유튜브 캡쳐]
[MSNBC 유튜브 캡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가짜 학력과 경력을 내세워 당선된 조지 산토스(공화·뉴욕)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의회에서 백인우월주의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손 모양을 한 모습이 포착돼 뒤늦게 논란을 지피고 있다.

산토스 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신임 하원 의장 선출을 위한 10차 투표에서 오른손을 들어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의장에게 한 표를 던질 때 왼손을 몸 안쪽으로 뉘인 채 ‘오케이’(OK)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고 MSNBC 등 매체가 8일 보도했다.

투표 당시 영상에서는 산토스 의원이 자신의 투표 차례를 알리는 호명이 있기 전에 이미 왼손을 이 위치에 두고 있다가 호명과 동시에 왼손을 가리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 올려 “매카시”라고 말하는 모습이 보인다.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펼치는 손 모양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뜻하는 ‘오케이’ 외에 ‘백인의 힘’(WP:White Power)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고 미국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전한다.

조지 산토스 의원이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차기 하원의장이 될 인물을 투표하면서 취한 제스처가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매카시는 여러 차례의 투표 끝에도 하원의장이 되기에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EPA]
조지 산토스 의원이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차기 하원의장이 될 인물을 투표하면서 취한 제스처가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매카시는 여러 차례의 투표 끝에도 하원의장이 되기에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EPA]

2017년 극우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 사용자들이 이 손짓이 ‘WP’를 뜻한다고 거짓으로 퍼뜨리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진짜로 이를 상징처럼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오케이’라는 뜻의 손짓으로 워낙 일반적으로 쓰이는 만큼, 우익 ‘트롤’(인터넷 선동꾼)이 진보파나 소수자들을 도발하려고 이를 사용한다는 해석도 있다.

혐오범죄를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이 손짓을 보면 ‘OK일까? WP일까?’ 고민하게 되지만, 사실은 그저 ‘트롤에게 당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산토스 의원의 손짓은 곧바로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의 리치 토레스(뉴욕)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조지 산토스는 2개 인종이 아니라 3개 인종이 섞인 사람”이라며 “그는 라틴계, 흑인, 백인의 힘까지 가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MSNBC 뉴스 쇼 진행자인 조이 리드는 뉴스 대담에서 산토스 의원이 “백인의 힘 사인을 보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담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팀 밀러는 “그는 그냥 손가락을 모으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굳이 보디랭귀지까지 해석하지 않더라도 산토스에게 나쁜 점은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브라질계 가정에서 태어난 산토스 의원은 당선 직후부터 뉴욕 바루크대 졸업과 월가 대형은행 근무 경력이 허위라는 폭로가 나왔고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학력과 경력 위조를 상당 부분 시인했다.

혈통까지도 거짓으로 꾸몄다. 산토스 의원은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강조하면서 각종 행사에 참석해 왔으나,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틀림없는 가톨릭신자’라며 유대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폈다.

뿐만 아니라 그는 19살이던 지난 2008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외곽 니테로이의 한 옷가게에서 훔친 수표책으로 거의 700달러를 내고 신발 등을 산 혐의를 받고 있다. 브라질 법원은 2011년 9월 검찰의 기소를 승인하고 산토스에 공소 사실을 인정할지 아니면 항변할지 답변할 것을 명령했으나,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토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10년 넘게 중단됐던 이 사건과 관련해 리우데자네이루 검찰청은 산토스에게 기소 내용을 통보해달라고 미 법무부에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검찰이 브라질 법원에 산토스가 공소 사실에 대해 응답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면, 이어 판사가 국가간 자료 협조 요청서를 브라질 연방법무부에 보내고, 브라질 법무부는 미 법무부와 이 요청서를 공유하게 된다.

미 법무부나 브라질 당국이 산토스에게 응답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당사자에게 먼저 공식 통보를 해야만 앞으로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 만약 산토스 당선인이 브라질 사건에 대해 항변하지 않는다면 궐석 재판을 받게 되고,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5년의 징역형과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