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과 내한

2019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 우승자

결선 당시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 아주 놀랐어요.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감정과 기교와 컨트롤이 가능한지 궁금했어요.”

‘리스트의 환생’이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5)가 올 한 해 세계 무대가 주목한 연주자로 떠오른 임윤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임윤찬은 지난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며 한국 클래식계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오는 20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내한을 앞두고 진행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누구나 콩쿠르가 끝나면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가게 된다”며 “앞으로 (임)윤찬이 어떤 행보를 할지 관심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16세에 낭트의 라 폴 주르네(La Folle Journée) 페스티벌에서 데뷔하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특히 콩쿠르 역사상 역대 4번째로 전체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캉토로프는 “콩쿠르는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며 “그 자체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다.

“음악적으로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일인데, 콩쿠르 이후엔 일종의 책임감이나 압박감을 느꼈어요. 차이콥스키 콩쿠르 자체가 역사가 길고 유명한 음악가들이 많이 거쳐간 콩쿠르이기 때문에 콩쿠르의 수준에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콩쿠르 이후 우승자들에겐 수많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캉토로프의 경우 팬데믹 직전 콩쿠르였던 탓에 무수히 많은 연주가 취소된 ‘비운의 우승자’이기도 했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코로나19 동안 구태여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새로운 레퍼토리를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거에요. 사실 콩쿠르 이후엔 저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었거든요. 콩쿠르 이전이 어린 시절이었다면 콩쿠르 이후는 어른이 된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결선에서 그는 ‘세계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아닌 2번을 연주했다. 사실 캉토로프 역시 결선을 위해 1번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200번 이상 들으면서 몇 달간 1번을 준비했다”며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있어 협주곡 1번에 대해 나만의 해석을 내놓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히 2번의 악보를 보게 됐어요. 신선하게 느껴졌고 탐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1번에 비해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는 것도 이 곡을 흥미롭게 느끼는 계기가 됐어요.”

어쩌면 ‘운명적 만남’이었는지도 모른다. 캉토로프는 이 곡을 선곡해 프랑스 최초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가 됐다. 유튜브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검색하면 캉토로프가 당시 연주한 영상이 가장 먼저 등장할 만큼 그의 연주는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내한에서도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과 이 곡을 연주한다.

캉토로프는 “2번은 작곡가에게도 매우 ‘개인적’인 곡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며 “2번은 매우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품의 어떤 부분에서는 오페라나 발레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사운드 면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곡이다”라고 말했다.

캉토로프에겐 수많은 수사가 따라 다닌다. ‘피아노의 젊은 차르’(클래시카 매거진, 프랑스)와 ‘환생한 리스트’(팡파르 매거진, 미국)라는 찬사다. 그의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자크 캉토로프다. 그는 “리스트는 낭만주의 시대에 최고의 작곡가이자 연주가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매우 중요하고 훌륭한 인물이었기에 그런 찬사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주자로선 이런 찬사를 경계했다.

“전 이런 찬사나 비평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요. 음악가는 음악에 좀 더 초점을 둬야 해요. 외부 사람의 시선에 초점을 두게 되면 사람들의 말이나 판단, 비평 등에 좌지우지되기가 쉬워져요. 하루는 ‘나는 정말 훌륭한 연주자야’라고 했다가 다음 날은 갑자기 우울해질 수도 있죠. 외부의 말보다는 음악에 정직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캉토로프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내한 때는 피아노 리사이틀로, 두 번째 내한에선 서울시립교향악단과도 협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그는 “서울시향은 기교와 예술성 면에서 균형 잡힌 오케스트라란 인상이 남았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말로 건네는 ‘안녕하세요’는 누구보다도 유창하다.

“한국에서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냈어요. 연주 직후 공연장에 남은 관객들의 고요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오케스트라 모두 한국 방문을 고대하고 있어요. 많은 단원들이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해요. 한국의 문화 등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기회가 될 거예요. 빨리 관객들과 만나길 고대합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