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태’는 우리의 일상이 카카오의 각종 플랫폼 앱에 얼마나 깊이 연동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 플랫폼 공룡의 문어발식 시장 확장의 욕망과 안전불감증, 디지털 기술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정부의 비규제 부양책, 소비자의 무분별한 식탐이 체증을 일으킨 것이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디지털 폭식 사회’(인물과사상사)에서, 이를 ‘피지털(피지컬+디지털)효과’로 부른다. 디지털 세계의 기술 장치가 물질계의 지형과 배치를 좌우하는 것이다.
저자는 “문제는 플랫폼이 권력이 되는 순간”이라며, 이들의 독점 문제를 지적한다.
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를 개인 사업자로 만들어 외주화하고,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어 접수하고, 알고리즘 순위 조작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노출하는 등 보이지 않는 기술 뒤에 숨어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모습은 기존의 시장 독과점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은 디지털 기술이 만능해결사로 기능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친 독성과 폭력을 폭넓게 살핀다.
우선 코로나 비대면 환경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메타버스 바람과 NFT, 음성 기반형 소셜미디어 서비스 ‘클럽하우스’ 열풍과 쇠락,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의 혐오논란과 개인 데이터 오남용을 다룬다.
국내에서 논란이 된 쳇봇 이루다 사태는 인권과 윤리 문제를 야기시켰다. 한 온라인 사이트의 남성 이용자들이 챗봇 이루다에게 2차 성적 가해를 시도하며 일종의 ‘성노예’로 길들이면서 성희롱, 약자 차별, 장애와 인종 혐오를 드러낸 것이다. 저자는 이를 막기 위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과 법적 규제책, 시민들의 데이터 권리 보호 방안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와함께 인공지능 자동화와 노동의 문제, 카카오 사태를 통해 본 한국형 뉴딜의 문제점, 스마트 시티의 허점도 집중적으로 짚었다.
책은 디지털 기술 만능주의가 불러온 환상과 최근 불거진 사회문제를 통해 디지털 중독의 불편한 현실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디지털 폭식사회/이광석 지음/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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