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시장 성장률 16% 북미 두배
멕시코시티·산티아고·상파울로…
타깃 소비층 많은 스트리밍 메카
남미 아티스트와 협업·활발한 활동
모모랜드 ‘야미 야미 럽’ 현지 1위
에이티즈·T1419 인기…빌보드 공략
아시아, 북미, 유럽에 이어 이제는 ‘남미’다.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남미 전역이 K팝이 뿌리 내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뿜뿜’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걸그룹 모모랜드는 최근 남미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라틴 팝 싱어송라이터 나티 나타샤(Natti Natasha)와 협업한 영어곡 ‘야미 야미 럽(Yummy Yummy Love)’을 발표, 남미 시장을 공략 중이다.
모모랜드의 남미 진출은 철저한 전략과 선구안을 바탕으로 했다. 소속사 MLD엔터테인먼트의 어시용 본부장은 “기존 K팝 가수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아시아나 북미 지역이 아닌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 아티스트의 성장과 비전 제시를 위해 필요했다”며 “스페인어를 사용해 각 국가들이 하나의 지역으로 묶일 수 있는 남미는 인구 비율이 높고, 타깃 소비층이 넓은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미는 K팝이 안착할 경우,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만한 가능성이 잠재한 지역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차트 매트릭에 따르면 남미의 각 도시는 전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K팝의 소비와 참여 지수에 있어 높은 비율을 보인다. 차트 매트릭의 분석 결과 K팝이 가장 인기 있는 남미 도시는 스포티파이 기준 멕시코시티(34%), 칠레 산티아고(28%)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 1위 지역인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36%)와 비슷한 수준으로 2, 3위에 오른 싱가포르(19%), 방콕(14%)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최근 K팝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인 주류 음악시장인 미국 로스엔젤레스(24%)보다도 월등히 높다.
뿐만 아니라 남미 지역은 음악 시장 성장률이 가파르고, 인구수와 다양성을 바탕으로 막강한 스트리밍이 쌓여 전 세계적인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글로벌 뮤직 리포트에 따르면 남미 음악 시장 성장률은 15.9%로 아시아(9.5%), 북미(7.4%)보다 훨씬 가파르다. 이는 음악 플랫폼의 사용 비율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집계에 따르면 월간 청취자 상위 10개 도시에는 멕시코시티, 산티아고, 상파울로 등이 포함됐다. 스포티파이는 “멕시코시티는 세계 음악 스트리밍의 메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월간 청취자 역시 독보적 수치인 110억에 달한다.
막강한 청취층과 성장 동력을 확보한 남미는 K팝의 새로운 토양이 되기에 충분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K팝과 남미 가수 협업이나 남미 지역 공략으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남미 각 지역에서도 K팝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과 같은 세계적인 K팝 그룹의 영향으로 남미 지역의 가수들이 K팝 가수들과 작업하고 싶어하는 사례가 많다”며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강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하는 보이그룹 등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미 전역에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 톱그룹으로 떠오른 K팝의 양대 산맥 이외에도 보이그룹 에이티즈, T1419의 인기가 높다.
에이티즈는 최근 NC소프트가 운영하는 글로벌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해 발매한 곡 ‘돈트 스톱(Don’t stop)’으로 아이튠즈 차트 전 세계 21개 지역에서 1위에 올랐다. 그 중 남미에선 5개 지역(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페루)이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가수 4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모든 가수를 대상으로 한 순위로, K팝 가수로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에 이어 에이티즈가 가장 높다.
모모랜드와 같은 소속사의 신인 보이그룹인 T1419는 뮤직비디오 조회수 75억뷰를 기록한 세계적인 히트곡 ’데스파시토(Despacito)’에 피처링한 래퍼 대디 양키(Daddy Yankee)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대디 양키가 해당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수차례 언급하자, T1419는 남미 전체가 주목하는 그룹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최근 남미에서 가장 ‘핫’한 그룹은 단연 모모랜드다. 나티 나타샤의 협업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야미 야미 럽’은 모모랜드가 남미 현지에서 프로모션을 시작한 이달 14일부터 21일까지 멕시코 전체 라디오 방송사에서 총 859회 방송됐다. 프로모션 전과 비교해 4421.1% 상승한 수치다.
또한 이 곡은 남미 최대 음원 차트 모니터라티노(monitorLATINO)에서 아델, 체인스모커스 등 세계적인 가수들을 제치고 2월 둘째 주 주간 차트 전체 1위에 올랐다. 남미 최대 음원 사이트 ‘앵글로 모니터(ANGLO monitor)’메인 차트에선 전체 10위, 멕시코 스포티파이 차트와 에콰도르 음원 차트에서도 톱100에 진입했다.
모모랜드와 T1419의 남미 진출은 향후 수년을 내다본 ‘장기 프로젝트’다. 어시용 본부장은 “남미 시장은 압도적인 규모로 노래 한 곡당 수십억 뷰를 기록하는 저력을 가진 규모의 시장이다”며 “다양한 남미 아티스트와의 협업, 활발한 현지 활동 등을 통해 남미 지역에서 그룹의 인지도를 쌓고 영향력을 확보해 유럽 시장으로 나아가고, 빌보드까지 넘보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은 K팝과 K팝 아티스트의 수명 연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지에서의 인기와 그로 인한 해외 팬덤의 확보는 음반 판매량 증가 등 눈에 띄는 수치 달성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K팝 팬덤 커뮤니티 쇼핑몰 케이타운포유에 따르면 남미 지역 중 멕시코는 2019년과 비교, 2년 만에 팬들의 K팝 앨범 역직구 쇼핑이 6.1배나 늘었다.
어 본부장은 “K팝 그룹의 수명이 나날이 짧아지고 있다지만,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리라 본다”며 “국내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K팝 불모지를 개척해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그룹은 향후 10년 이상의 활동기간을 가질 수 있다. 새로운 지역으로 블루오션을 찾는 것은 아티스트, 기획사, 팬덤의 삼각축이 비전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