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ㆍ천예선 기자]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가 세계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대형 양조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라거’나 ‘스타우트’의 비슷 비슷한 맛 대신 시트러스부터 커피까지 다양한 향을 가미한 수백가지의 섬세한 맛을 즐기는 ‘소량 다품종’ 수제 맥주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각 국에서 그 인기가 뜨겁다. 특히 수제 맥주의 인기는 25~34세의 밀레니엄 세대와 40대 X-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맥주 소비에도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대량생산ㆍ대량소비를 지양하고, ‘로컬ㆍ웰빙ㆍ유기농’을 지향하는 요즘 식품 트렌드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하는 흐름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부는 수제맥주 열풍 =각 국에서 수제맥주가 ‘틈새상품’에서 ‘주류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선 지난 1년간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170개(15% 증가) 새로 생겨나 전체로는 사상 최대인 1285개가 성업 중이다.
수제맥주 성장에 힘입어 영국의 1인당 맥주 소비는 2013년에 전년 대비 1.7% 하락에서 올 4~6월에는 1997년 이래 최고 성장률인 연 9.5% 증가했다.
캐나다 CTV방송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캐나다 국민의 맥주 소비는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수제맥주 소비만 나홀로 성장했다. 90년대만해도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던 이 술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6%. 앞으로 몇년 안에 3배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 수제맥주 판매는 지난 1년 사이 38% 급증했고,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양조장 수는 현재 80개에서 내년에 1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온타리오주에선 매해 10%씩 성장을 거듭해 현재 시장점유율이 2002년 이후 3배로 커졌다.
미국 시장이 더 빠르다. 미국 양조협회(B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맥주 소비량(1억9600만 배럴) 가운데 수제맥주는 7.8%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 성장률은 17.2%다. 올해 들어 지난 6월22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9% 성장했다. ‘스페셜티’ 4.3%, 수입산 4.0%, ‘수퍼프리미엄급’ 3.0%씩 성장한 데 비해 놀라운 성장세다.
BA는 앞으로 6년 뒤인 2020년까지 미국의 수제맥주 시장점유율이 20%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포트랜드, 시에틀, 보스턴 등지에선 수제맥주의 시장점유율이 20% 이상이다.
▶누가 수제맥주를 마시나=수제맥주 열풍은 식품 문화 주도층의 세대 교체 바람과 맞닿아 있다. 대량 생산 브랜드를 값 싸게 소비하던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물러나고, 자기 개성이 뚜렷한 1977년~2000년생 밀레니엄 세대가 구매 주도층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의 2011~2013년 수제맥주 소비는 21~29세에서 가장 활발했다. 이들이 향후 경제의 허리층인 40대가 된다는 점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맥주 입맛의 변화는 잠시 유행이 아닌 10년 소비시장을 이끌 ‘메가트렌드’로도 풀이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여성이나 젊은층 사이에서는 맥주가 ‘아버지 세대의 물건’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바트 왓슨 BA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대 후반 일부 주에서 가정내 맥주 양조를 합법화한 것과 양조장 주류세를 인하한 것이 수제 맥주 성장에 일조했다”며 “라거 타입의 맥주만 알았던 사람들이 다양한 맥주 맛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제맥주는 지역 특산물의 장점을 살린 것도 많아 현지주민들이 주고객층인 경우도 있다. 수제맥주붐을 몰고 온 미국의 경우 바다를 낀 지역은 굴 껍질을 맥주 제조에 사용한다. 또 메인주는 블루베리맥주가, 콜로라도는 가문비나무 맥주가 유명하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고향의 맛을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현지 사업을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지역 수제 맥주를 즐겨 마신다.
▶대형 맥주브랜드, 앞다퉈 수제맥주 출시 =주요 맥주 브랜드들도 수제맥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네스는 이 달 초 ‘더블린 포터’와 ‘웨스트 인디 포터’ 2종을 출시했다. 179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시작한 기네스 양조장의 정통성을 강조해 “달고 부드러운 맥아와 다크 카라멜” 맛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2위 맥주업체 ‘SAB밀러’는 지난달 말 아예 ‘제 3 프란젠 가(No 3 Fransen street)’라는 수제 브랜드를 만들고, 크림 아일, 아이리시 레드 아일, 크리스탈 베이스 드라우트 등을 판매하고 있다. SAB는 “소규모로 제조하는 스페셜티 맥주를 축제에서 선보여, 소비자와 소매업자로부터 호응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수제맥주 양조공장들은 이제 맥주의 본고장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샌디에고에 있는 그린 플래시는 지난달 초 미국 수제맥주 양조사로는 처음으로 벨기에 양조업체 생 푀이엥 브룬과 손잡고 영국,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에서 수제맥주를 판매하기로 했다. 미국 10대 수제맥주 브랜드인 캘리포니아 에스콘디도는 독일 전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BA에 따르면 미국의 수제맥주 수출은 2009년 4만6000배럴에서 지난해 28만2500배럴로 5배가량 증가했다.
한지숙ㆍ천예선 기자/jshan@heraldcorp.com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란?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 생산하는 수제 지역 맥주를 뜻한다. 이러한 소규모 양조장을 ‘마이크로브루어리’라고 부른다.
▶맥주의 종류
*상면발효맥주: 표면으로 떠오르는 효모로 발효시키는 맥주, 20도 정도 온도에서 발효
-페일에일(Pale Ale): 영국. 맥아와 홉의 쓴맛이 강함. 과일맛과 향이 남.
-스타우트(Staut): 아일랜드. 흑맥주. 쓴맛이 강하나 홉의 향기는 없음.
-바이첸(Weizen): 독일 남부. 절반은 보리맥아를 사용. 쓴맛 적고 바나나향이 특징
-발리와인(Barleywine):영국. 알콜도수 10%로 높음. 와인처럼 향기롭고 맛이 좋음.
*하면발효맥주:아래로 가라앉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 5도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
-필스너(Pilsner):체코-독일. 투명하고 깨끗한 맛. 고품질 홉의 쓴맛과 향.
-아메리칸 라거(American Lager): 미국. 홉의 쓴맛과 향이 약감
*자연발효맥주:야생효모로 발효
-램빅(Lambic):벨기에. 신맛이 강하고 체리나 라스베리를 담그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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