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비핵화에 따라 군축도 가능” -군 내부에서 군축 방안에 신중한 접근 -군사합의 이후 운용적 군비통제 도달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되면 본격 논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9.19 남북 군사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군축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군 당국도 군축 실행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동북아 일대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남북군사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자리에서 ‘군축’이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뉴스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남북 군사합의서가 제대로 잘 이행된다면, 이후에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상호 군사정보를 교환하거나 훈련을 참관하는 등 군사태세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은 “더 나아가 비핵화 진전에 따라 우리 수도를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남북 간에 보유하고 있는 단거리 미사일 등의 위협적 무기를 감축하는 군축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내부에서도 남북 군축 실행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9.19 남북 군사합의서가 채택됨에 따라 남북 군사당국은 꾸준히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남북은 군사합의서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 각 10개 시범파괴, 지상-해상-공중 적대행위 중지 등 초보적인 신뢰구축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신뢰구축 조치에 따라 향후 점차 높은 단계의 군축으로 나아갈 거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군사적 신뢰구축은 초보적 신뢰구축-운용적 군비통제-구조적 군비통제 순으로 발전한다.

초보적 신뢰구축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군사 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호훈련 중지 및 통보 등을 말한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DMZ 내 GP 공동철수, 장사정포 후방 배치, 단거리 미사일 감축 등 일보 진전된 단계다. 이 단계가 지나면 병력 감축, 최전방 부대의 후방 배치, 무기 감축 등 구조적 군비통제가 뒤따른다.

현재 남북은 군사합의서 이행을 통해 초보적 조치를 넘어 운용적 군비통제의 입구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운용적 군비통제 단계가 진전돼 구조적 군비통제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일단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상당한 수준으로 제거되는 것이다.

남북은 운용적 군비통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향후 사상 최초의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남북은 1992년 체결한 남북합의서에서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 차관(인민무력성 부상)급을 위원장으로 분기 1회 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어 이번에도 이런 방식의 군사공동위 운영을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북측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 대화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 내외에서 향후 조만간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남북 군사공동위에서 상호 군사정보 교환 및 훈련 참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 군사정보 교환과 훈련 참관은 군사적 신뢰를 쌓기 위한 높은 수준의 군사협력 방안이다.

이런 단계를 지나 장사정포와 미사일 감축 등 더 높은 단계의 운용적 군비통제로 진행할 수 있다.

MDL 인근에 배치된 북한군의 1000여 문에 달하는 각종 포 가운데 장사정포는 핵과 미사일, 특수전 부대와 함께 북한의 3대 위협 전력으로 꼽힌다.

사거리 54㎞의 170mm 자주포 6개 대대와 사거리 60㎞의 240mm 방사포 10여개 대대에 속한 장사정포 330여문이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사 시 수도권이 초토화될 수 있다.

여기에 맞서 우리 군도 155㎜ K-9 자주포(사거리 40여㎞), 차기 다연장로켓포(MLRS) ‘천무’(사거리 80㎞) 등의 대응전력을 최전방에 집중 배치해놓고 있다.

북한은 스커드-B(사정 300㎞), 스커드-C(사정 500㎞) 단거리 미사일마저 상당량 배치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에 소형 핵탄두 탑재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남한 전역이 북한의 핵무기 사정권이 되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 5월 초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 미사일(KN-23) 발사에도 성공했다. 고체연료를 이용해 최대 500㎞ 이상 비행하는 이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유도 기능을 갖춰 미군의 최신 미사일요격 체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군은 현무-2A(사정 300㎞), 현무-2B(사정 500㎞), 현무-2C(사정 800㎞) 등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탄도미사일은 정밀타격용 순항미사일과 달리 파괴용 탄두를 장착해 주변 수백m~수㎞ 반경까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당장 남북 간에 운용적 군비통제가 진전돼 이런 가공할 화력을 후방으로 철수하는 조치만으로도 전쟁 위험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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