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과로사 추정 -임세원 교수, 진료 중 환자에게 공격 당해 -의료계 “의사 진료량 OECD 중 가장 많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의료인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해 말 진료 중 환자의 공격을 받아 의사가 사망한 것에 이어 최근에는 과도한 업무로 과로사한 의사까지 나왔다. 의료계는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지난 4일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1차 검안 결과 윤 센터장이 금성심정지(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계에서는 윤 센터장이 과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센터장은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일에도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 연휴 응급환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응급진료를 위한 대비를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센터장처럼 응급의료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은 실제 개인의 삶이 거의 포기된 상태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응급 환자 때문에 휴식은 커녕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윤 센터장 역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환자 진료에 매진했고 이에 주 52시간 근무 시대에 주 80시간 근무도 다반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센터장은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았음에도 이틀이 지난 뒤 가족이 병원을 찾을 만큼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센터장 빈소를 찾은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가족과 주말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아도 마치 일상인 것처럼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이는 평소 윤 센터장이 얼마나 환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진료하고 일에 몰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에는 가천대 길병원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도 당직 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의 평균 진료량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OECD 회원 평균 진료량의 2배가 넘는다. 특히나 국민들이 일반 병의원보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선호해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의 근무량은 더 많다고 한다. 의사협회는 “전공의들의 경우 근로자이자 수련을 받는 교육생이라는 특수성으로 주 최대 88시간까지 근무하고 있으나 처우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며 “대다수 병원 의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근로시간이 아닌 사실상 휴식시간 없는 24시간 대기에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는 극히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해 말에는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러 사망하면서 의료진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임 교수의 사망으로 인해 복지부는 병원 진료실 내 대피 통로(후문)와 비상벨 설치, 보안인력 배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의료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변화와 함께 의료계는 의료인 안전을 위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가 건강하다.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최선의 진료가 나올 수 있다”며 “의료진의 근로시간 준수와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등 준법진료 정착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