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정쟁에 파묻힌 예산…촉박한 시간 - 쪽지ㆍ밀실 예산 가능성만 활짝 - 법적 근거도 없는 소소위, 비판 않는 여야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정쟁 때문에 예산안이 졸속으로 처리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여야는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ㆍ채용비리 국정조사 수용 등을 문제로 엿새 동안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이제 예산안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 정도다.
예결위는 이에 ‘끝장 토론’보다는 ‘보류’로 넘어가는 방법을 택하는 모양새다. 한 예결위원은 22일 통화에서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은 합의될 때까지 논의하기보다는 보류하는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다. 소소위로 넘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예결위원장인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소위를 닷새정도 진행하고, 소소위를 삼일 정도 진행하게 될 것이기에 (법정 시한 내에) 가능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관례적으로 소소위를 구성해 예산을 쥐락펴락했다. 쪽지예산, 카톡예산을 밀어 넣을 수 있는 밀실회의로 예산안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소소위는 여야 의원 3명 정도와 몇몇 정부 관계자로만 구성되고, 내용도 공개되지 않는다.
때문에 소소위에서는 공개회의에서 절대 합의가 되지 않던 사안들도 합의에 이른다. 주고받는 거래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당도 야당도 ‘지역구 챙기기’를 비밀리에 할 수 있는 소소위에 대해서는 통상 별다른 비판 없이 넘어갔다.
문제는 이 소소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소위는 공개가 원칙이다. 비공개로 진행하더라도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소소위는 법적 근거 자체가 없어서, 회의록도 남지 않는다. 어디서, 언제 열렸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공개되는 내용은 소소위 참여 의원 명단뿐이다.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보낸 ‘소소위 예산심의의 문제점과 주요국 의회의 예산심의제도’라는 자료에서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간사 3인(2018년도 예산안 심의 기준)에 의한 예산 증액은 대표성의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8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원내지도부나 예결위 간사 의원의 지역구 예산 증액은 일명 예결위의 소소위에서 논의되고 결정됐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며 “예산 증액을 결정하는 절차와 방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알 수 없어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예결위 입장에서는 일정이 미뤄졌기에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 튀어나온다. 애초 국회는 12일까지 정부부처별 심사를 마치고 15일부터 예산조정소위를 가동하기로 했었다. 예산안 차원의 합의 마감일인 30일을 맞추기 위한 계획이었다. 원내대립 때문에 예결위는 이날에서야 조정소위를 가동했다.
결국, 원내 정쟁으로 대립만 계속하다 마지막엔 서로 원하는 예산을 밀실에서 나눠 가지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예산안 심사 시작은 어떻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정기국회도 여는 날이 정해져 있는데, 매번 보이콧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도 “제도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다”며 “상황이 너무 답답하지만, 국회의원은 자기들이 법을 만드니, (어쩔 수 없다.) 선진화법이 통과될 때도 소소위 권한을 보호하는 조건이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결국, 여론과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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