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초과 근무 시간 줄어든 만큼 생활비 걱정 -일부서 업종별 특성 고려 않고 시행부터 문제 지적 -식품ㆍ패션제조업체 되레 효율성 떨어질수도 우려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유통 대기업과 식품 제조업체 등이 이미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앞서 유연근무제나 집중근로제 등의 대안을 시범 운영하고 있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백화점업체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이미 근무시간 단축 시범 적용을 해왔다. 일부 식품업체에서는 일정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꺼지도록 만드는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도 시행 중이다.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현장의 불만 역시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일과시간에 업무 집중도가 높아져 능률이 올라간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말로만 ‘워라밸’일 뿐 더 피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는 “말이 워라밸이지, 지금은 할당받은 업무량을 끝내기 위해 재택근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퇴근만 빨라졌을 뿐이지 업무량은 줄지도 않고 그대로인데 정말 쉬는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식품회사 생산파트에서 근무하는 강모 씨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된 실질적인 첫날인 2일 출근길 발걸음이 무거웠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초과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수당을 덜 받게 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저녁이 있는 삶이 좋긴 하지만 당장의 생활비가 걱정된다”며 “외벌이라 아이 학원비라도 더 벌려면 투잡을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제도 시행 전에 세부 지침 환경을 마련하지 않고 업종별로 갖고 있는 특성도 고려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했다.

특히 생산 비중이 높은 식품ㆍ패션제조 기업들은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의 취지는 좋으나 업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인건비 증가도 문제지만 생산라인에 즉각 투입될 만큼 숙련된 인력을 적시에 충원하기 쉽지 않은 게 더 문제”라고 했다.

패션업계도 중소제조업체들은 현실적으로 당장의 인력 추가가 불가능하다며 아무런 준비없이 근무시간 단축을 강행한다면 전문인력이 아닌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위주로는 공장 가동이 어려워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근로자일 것이라는입장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상권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여의도, 강남 등을 비롯해 사무실이 밀집한 상권들은 당장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북창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김영란법에 미투(Me too) 운동으로 인해 저녁 술자리 매출이 가뜩이나 줄었는데 이제 주 52시간 근무까지 적용되면 이로 인한 타격은 불보듯 뻔하다”며 “단체회식이 끊기면 식당도 자체적으로 인력 감축 등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것 같다”고 했다. 반면 주거지 인근 상권은 ‘저녁이 있는 삶’으로 인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친목모임을 갖는 등 새로운 소비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곳은 주류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저녁있는 삶으로 인해 회식자리가 줄어들면 업계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지만 회식자리가 줄어드는 대신 가정에서의 ‘홈술’, ‘혼술족’들이 늘어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주류업계 관계자는 “회식자리가 줄어도 개인모임이나 홈술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당장 어떤 영향이 있을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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