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내년도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추경 재원을 마련하느라 정부 빚은 차곡차곡 쌓이는 형국이다.

현 정부 들어 매년 2014년만 빼고 빠짐없이 추경을 편성한 결과 공공부문 부채는 이 정부 들어서만 지난해까지 182조4000억원이나 불어났다. 공공부문 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내년까지 추경을 편성하면 현 정부 5년 중 4년 추경을 편성하게 되는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추경 편성은 보다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작 추경이 왜 필요한지, 법률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의 진지한 고민은 온데간데 없다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상황이 크게 위축되면 부양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내년 재정 조기집행 계획도 나왔으니 그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지금 불확실성이 매우 크지만 내년 1월이 되면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하고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적 상황도 2월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추경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어느 정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한 추경은 불가피한 것 같다”면서 “다만 당장 상반기에 (추경을) 집행할 이유는 뚜렷하게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정 안되면 예비비를 쓰고 재정 조기 집행률을 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추경 편성이 지나치게 잦으면 정책 효과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 교수는 내년 조기 대선을 가정한 뒤 “추경을 한다면 현 정부에서 할지, 새 정부에서 할지도 문제”라며 “특정 지역에 예산을 몰아주는 등의 위험 때문에 선거 전에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논리”이라며 “추경은 경제상황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최후 수단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이어 “재정정책은 상반기 조기집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되, 1분기에 집중해 내수침체 장기화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추경 같은 단기적인 방법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현재 한국 경제는 힘 자체가 떨어진 상황에서 억지로 추경을 통해 끌어올리면 나중에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임기응변만 지속하다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면서 “고장난 펌프부터 고치는 일, 다시 말해 진정성 있는 구조개혁에 매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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